나눔의 생명수 콸콸콸~ 희망을 마시니 행복이 퍼진다

나눔의 생명수 콸콸콸~ 희망을 마시니 행복이 퍼진다

인구밀도 가장 높은 '방글라데시' 인구의 1/5정도만 안전한 식수 마셔 지역내 우물 86.8%가 '비소'에 오염… 월드비전대전충남 비소 제거 필터기 설치

  • 승인 2014-04-23 17:53
  • 신문게재 2014-04-24 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월드비전과 함께한 방글라데시 락삼사업장 모니터링 방문 취재기

방글라데시는 한국의 약 1.4배 정도 되는 국토 면적에 약 1억5330만명(2011년 기준)이 살고 있어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다. 전체 국민의 절반(49.6%)이 하루 1.25달러 미만의 수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다. 또 문맹률이 45%에 달하며 안전한 식수 사용인구가 전체의 5분의1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1위라고 하는 이 나라의 현실을 마주하니 그 실상은 누구보다 더 도움의 손길이 필요했다.

월드비전 대전충남지부(지부장 전광석)에서 '희망나눔 사랑의 동전모으기 캠페인'을 통해 모은 성금은 방글라데시 락삼사업장에 전달되고 있다. 지난 14일부터 19일까지 5박6일간 진행된 월드비전 대전충남지부 '방글라데시 락삼사업장 모니터링 방문'에는 강선자 버드내초 교장, 김원명 대전외고 전 교장, 노정선 대전장대초 교장, 박중규 원평초 교장, 이선희 월드비전 세계시민교육 강사, 천연희 월드비전 세계시민교육 강사, 서민영 비전메이커 후원자(공주대학생), 전광석 월드비전 대전충남지부 지부장, 강은희 월드비전 대전충남지부 팀장, 조윤호 월드비전 전략기획실 대리 등 11명이 함께했다.

모니터링 방문을 통해 락삼 지구의 열악한 교육환경과 생활환경, 식수, 보건 등의 실태를 점검해보고 생생한 현장 체험기를 지면에 담아본다. <편집자 주>

▲방글라데시 락삼 사업장 모니터링 방문단이 락삼지역 유타초등학교에서 락삼시장(가운데 힌모자 모피즈 라만)과 교사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락삼 사업장 모니터링 방문단이 락삼지역 유타초등학교에서 락삼시장(가운데 힌모자 모피즈 라만)과 교사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께몬아첸(안녕하셔요)”- 방글라데시 방문 첫날=지난 14일 인천 공항을 떠나 홍콩을 거쳐 총 8시간정도 비행기를 타고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에 도착했다.

단층짜리 공항건물을 나오는 순간 저녁 늦은 시간임에도 주변을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은 철망 사이로 손을 넣으며 외국인들을 향해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고 있어 낯선 나라에 온 기분을 실감케 했다.서둘러 짐을 싣고 차량 2대에 나눠 탄 방문단이 처음으로 맞닥뜨린 것은 다카 시내의 복잡한 교통체증이었다.

좁은 도로에는 표지판은 커녕 중앙선도 없이 자동차와 릭샤, CNG(오토릭샤), 사람들이 엉키면서 속도를 더디게 만들었다.도로 주변으로는 짓다 만듯한 건물이 즐비했으며, 낡고 오래된 낮은 판자촌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도시 외곽에는 쓰레기산이 형성돼 있고, 악취를 풍기고 있다. 본격적인 방글라데시 일정이 시작됐다.

▲월드비전에서 락삼지역에 안전한 식수제공을 위해 설치한 비소제거장치를 월드비전 관계자가 설명하고 있다.
▲월드비전에서 락삼지역에 안전한 식수제공을 위해 설치한 비소제거장치를 월드비전 관계자가 설명하고 있다.
▲교육지원사업 '교육이 미래다'=이튿날인 15일 수도 다카로부터 125km 정도 떨어진 치타공주의 락삼ADP(Area Development Program) 사무실에 도착해 간단한 환영 행사 후 현지 월드비전 관계자로부터 사업 설명을 들었다.

처음 찾은 사업장은 40여분 넘게 차를 타고 좁은 골목길을 지나 도착한 유타(uttar Poshchimgaon pouro)초등학교. 오후 늦은 시간인데도 100여명의 아이들이 공부를 하고 있었다. 흙먼지가 뿌옇게 일어나는 교실바닥과 제대로 된 학습 기자재조차 없는 교실. 벽에 검게 페인트를 칠해 칠판 대신 사용하고 있는 교실은 방글라데시의 열악한 교육 현실을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수업을 받고 있는 아이들은 일 때문에 정규교육을 포기한 아이들이었다. 낮에는 고사리같은 손으로 락샤를 운전하거나, 가게에서 물건을 팔고, 논에서 소작일을 해 끼니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방글라데시 정부의 노력으로 90년 초부터 초등학교 취학률이 높아져 82%에 이르고 있지만 아직도 어려운 가정형편 등으로 인해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이 존재하고 있다.

다음날 유타초등학교. 교실이 아이들 웃음소리로 시끄럽다.

“자, 여기 나와서 이 안을 들여다보세요. 아무것도 없죠?”

마술사 복장을 갖춰 입은 천연희 강사가 빈 종이봉투를 아이들에게 보여준다. 잠시 뒤 봉투 안에서 꽃이 연이어 나오자 아이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마술이 펼쳐질 때마다 재미있는 듯 웃음을 지어보이며 큰 박수로 화답해주었다.

방문단은 아이들의 얼굴과 팔 등에 스티커를 붙여주고, 풍선아트를 선보이며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은 다채로운 색들로 가득찬 풍선을 가지고 장난치며 서로 먼저 만져보겠다고 아우성이다.

오후에 방문한 바레콘(Baraigaon)여중학교에서는 한복 패션쇼가 열렸다. 아이들은 알록달록한 한복에 호기심을 보이며 입고 있는 친구를 유심히 바라본다. 잠시 후 교실에서는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방문단이 준비한 악보를 보고, 선생님들과 함께 아리랑을 흥얼거렸다.

일정을 마치고 학교를 떠나는 길, 아이들이 몰려들어 방문단을 둘러싼다. 천천히 아이들 모두와 악수를 하고 나서야 겨우 아이들과 헤어질 수 있었다.

“돈노?(감사합니다).” 방문단이 탄 차가 출발하자 아이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락삼 ADP사무실로 향하는 차안에서 일행들은 아이들이 잘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서로 이야기했다.

▲식수사업 '생명의 물로 되살려라'=방글라데시는 아열대 몬순기후로 7~9월에 연강수량의 75%에 해당되는 비가 집중해서 내린다. 이런 기후 때문에 방글라데시 곳곳에는 고인 물들을 이용해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락삼 지역은 특히 깨끗한 식수원이 부족한 곳이다. 지역 내 우물의 86.8%가 비소에 오염되어 있다.

조윤호 대리는 “락삼 지구는 비소가 없는 물을 찾기 위해 깊은 곳까지 관정을 뚫어 봤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아 방글라데시 정부에서도 포기한 곳”이라며 “비소를 제거할 수 있는 필터를 설치해 주고 마을 주민들이 관리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소 제거 필터가 설치된 우물은 인근 1만2650여명의 식수로 사용된다. 주민들은 안전한 물을 먹기 위해서 1시간 거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어 식수사업을 추진 중인 사빠리아 마을로 이동했다. 이 마을에서는 비소에 오염돼 손 끝이 벗겨지고 피부 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는 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모니터링 방문단 일원인 김원명 전 교장은 “비소가 들어있는 물을 먹어 피부병을 앓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을 직접 보니 가슴이 아프다”며 “물의 소중함을 깨닫는 동시에 많은 이들의 식수 사용을 위해 더 많은 비소제거 시설이 생길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보건영양사업과 소득개발사업 '상생의 길을 찾는다'=락삼 지구 내 한 마을. 아이들과 어머니들이 주변에서 나는 채소나 곡물 등을 가지고 모여 앉아 있다. 월드비전에서 운영하는 영양급식센터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머니들 품에 있는 아이들은 팔다리가 가늘고, 배가 불룩 나온 체형으로 건강해 보이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아이에게 영양소를 균형있게 먹일 수 있는 요리 방법을 배우고 아이가 영양상태를 확인하는 교육을 받는다.

현지 월드비전 직원인 알버트 페리스씨(41)는 “소득 수준이 낮다보니 균형 있는 식단을 구성하지 못해 대부분 영양 불균형이 심각한 상태”라며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요리하는 방법을 교육하고, 영양 불균형의 심각성을 알리는 정도”라고 말했다.

보건위생 환경도 열악한 수준이다. 공립병원 1개와 12개 보건소가 60만명의 지역주민들을 감당해야 한다. 시설에도 의약품과 설비, 의료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다. 또 전체 가구의 43%는 화장실이 없고, 18%는 비위생적인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다.

이어 찾아간 다른 마을에서는 마을사람들이 공동으로 돈을 빌려줘 소를 키우고 있는 아슬람(38)씨를 만났다. 5명의 식구를 먹여 살려야 하는 그는 소작농으로 힘들게 일을 해오다 마을 주민들 덕분에 안정적인 소득 창출을 하게 됐다.

아슬람씨는 “일을 해도 돈을 많이 벌 수 없어 하루 하루 끼니를 때우며 생활해야 했다”며 “마을 주민들의 도움으로 이제는 소도 여러마리 생기고, 닭도 키우는 등 차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결연아동과의 만남 '먼 곳에서 맺은 인연… 밑거름 되길'=방글라데시 방문단의 마지막 일정. 천연희 강사와 노정선 교장, 박중규 원평초 교장, 강신자 교장을 비롯한 방문단 일행은 자매결연한 방글라데시 가족을 만날 기분에 들떠있었다.

방글라데시 출국 전 방문단 일행은 락삼 ADP에서 관리하는 결연아동들과 각자 또다른 가족의 인연을 맺었다. 방문단 일행은 3곳의 결연가정을 순차적으로 돌면서 새롭게 가족의 연을 맺은 아동에게 준비해간 정성어린 선물과 애정을 전했다.

“네가 라존(Rajon)이구나. 내가 한국 아빠야~ 안녕?”

박중규 교장이 자신의 새로운 아들에게 악수를 청했다.

낯을 가리던 라존(13)은 월드비전 직원의 격려 속에 머뭇거리며 김 교장의 손을 잡았다. 박 교장은 자신이 준비해 간 가방을 풀어놨다. 가방 안에는 각종 학용품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특히 축구공을 꺼내들자 라존의 눈동자가 빛났다. 또 이선희 강사는 라존을 위해서 염소 한마리를 선물했다.

천연희 강사는 초등학교 1학년생 라키불(Rakibulㆍ11)과 가족의 연을 맺었다. 라키불은 자신이 그린 그림을 천 강사에게 선물해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기도 했다.

천 강사는 “한국에 있는 가족 이외에 또 다른 가족이 생겨 매우 소중한 인연이라고 생각한다”며 “나중에 꼭 어딘가에서 훌륭하게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정선 교장은 방글라데시 딸 아즈마(asmaㆍ13)와 만났다. 아즈마는 노 교장에게 꽃을 걸어주고, 자신이 손수 만든 선물을 전달했다. 노 교장은 아즈마에게 분홍색 가방을 선물하면서 열심히 공부할 것을 당부했다.

전광석 지부장은 “월드비전은 결연아동을 위한 후원자를 기다리고 있다. 매월 3만원의 후원금은 그 아동들이 살고 있는 지역 발전에 사용된다”며 “우리가 모은 작은 정성이 이곳에서 큰 힘이 되는 것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아 한국으로 돌아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눔의 기쁨을 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락삼=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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