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 생존자 학부모들은 22일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정부의 신속한 실종자 구조 촉구와 함께 '살아남은 아이들이 죄인이 된 심정'이라며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보살핌도 당부했다. 정부의 늑장 구조 작업이 이어지면서 생존자 학부모들의 불편한 심경을 토로한 것이다.
고대 안산병원에는 생존학생 70여명과 바로 옆 장례식장에 사망학생 6명의 시신이 안치돼 있다. 입원실 바로 옆 건물에 친구들의 시신이 안치돼 있다고 생각해보자. 생존자 학생들의 심적 부담이 어떠하겠는가. 지난 19일에는 한 실종자 가족이 입원해 있던 교사에게 찾아와 '아이들은 어떻게 하고 혼자 입원해 있느냐'고 항의까지 했다.
결국 이 교사는 다른 병원으로 옮겨 갔으나 그가 입은 마음의 상처는 치유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생존자와 이들 가족에 대한 보호방안도 절실함을 느끼게 하는 일련의 사태들이다. 새누리당 '세월호 침몰 사고대책특별위원회'는 21일 침몰사고 현장에서 구조돼 입원한 학생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막아야 한다며 이들에게 정신과 주치의를 1인당 1명씩 배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강모 교감의 자살 원인을 '서바이버 길티(Survivor guilty:생존자 죄의식)' 때문이라 분석하고 있다. 대형 참사의 생존자들은 대부분 죄의식을 느끼며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힘들어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극단적인 경우 자살을 선택한다. 서바이버 길티도 PTSD의 일종이다.
생존자는 물론 그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 역시 부작용으로 인해 또 다른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하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2001년의 9·11테러에서 생존한, PTSD를 앓던 남자가 워싱턴 DC내 해군 복합단지에서 총기를 난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워싱턴 총기 사고의 원인에 대해 우리도 곱씹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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