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스캠프 네팔 피크닉 |
더구나 여행사에서 제시하는 관광 패키지가 아닌, 배낭여행이라는 것을 고교생들이 떠나는 것에도 학부모들의 걱정은 날로 커진다. 역시나 학생들이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어른들의 틀에 박힌 생각이다.
그러나 마을기업 로드스쿨은 소수정예로 학생들을 모아 여행지로는 도전이 될 수 있는 지역으로 여행을 떠난다. 청소년기에 다른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접해본 뒤 어른이 된 후에 세상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돕기 위해서다.
마을기업 로드스쿨(대표 이성한·창안자 강용운)은 2011년 3월에 대전시 마을기업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로드스쿨은 2008년 처음 만들어졌다. 강T(강 티처의 줄임말로 학생들이 부르는 호칭)라고 불리는 강용운씨가 창안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2000년대 초반께만 하더라도 강용운씨는 영상을 위주로 한 교육콘텐츠 업체를 이끄는 대표였다. 사업가로서 기업의 규모를 키워온 그는 이후 2003년께 회사를 함께 이끌어온 동료들에게 업무를 이관하고 홀연히 자유인을 선언했다.
곧바로 그는 배당 하나만 매고 인도로 떠났다. 2개월동안 인도에서 생활을 하면서 숱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에게 남은 것은 언어도 통하지 않고 손짓, 발짓으로 소통한 현지인과 타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적응력이었다.
하지만 청천벽력같이 찾아온 간암 선고와 수술은 그가 걸어갈 여정의 방향을 바꿔놓았다.
건강 때문에 1년동안 휴식을 취해왔지만 주변의 권유로 대전여자상업고에서 영상산학협력교사로 영상제작 등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었다. 학생들에게 완벽하게 영상 기술을 전수하지 못할 바에야 무료로 쉽게 가르쳐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학교에서는 강의비를 무조건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1000만원이 훨씬 넘는 돈을 강T는 학생들에게 쓰기로 결심했다.
인도를 여행한 경험을 살려 자신에게 수업을 받은 학생들 중 5명을 데리고 인도를 비롯해 네팔, 동남아시아로 떠난 것이다.
이렇게 로드스쿨은 시작됐다. 첫 강의료는 학생들을 데리고 여행을 떠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그는 주변의 후원을 받고 사비를 털어가며 학생들과 6주간의 여행을 떠났다. 처음에는 안행부 지원을 받기도 하면서 2회 정도 해외여행에 나섰으며 2011년 대전시 마을기업 지정을 통해 해외여행의 꿈을 청소년들에게 또다시 전할 수 있게 됐다.
로드스쿨은 학생들을 인솔해 여행을 떠나는 마치 여행사 가이드와 같은 마을기업은 아니다.
학생들은 여행에서 생겨난 일을 기록하고 그 내용을 책으로 만들어냈다. 강T는 여행 중 학생들에게 하루하루 일기를 쓰도록 했다. 그 일기를 모아 책으로 만들었고 그 책은 어느새 그들의 추억인 동시에 여정의 길잡이가 됐다.
강T는 “여행을 하면 잊혀질 수 있는 이야기 그 안에서 바라본 일들을 학생들이 스스로 정리하고 책으로 만들었다는 데서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긍심을 얻어간다”며 “여행을 하면서 아이들은 새로운 문화와 소통하고 자신의 생각을 키워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로드스쿨이 다른 마을기업과 다른 점은 그 자체로 성장 스토리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로드스쿨을 통해 해외여행을 경험한 당시 고교생이었던 공윤희씨가 이젠 어엿한 성인이 돼 로드스쿨의 구성원으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 로드스쿨은 여행경험이 있는 어른이 만든 공동체였지만 이제는 여행을 함께 떠난 학생들이 로드스쿨의 바턴을 이어받은 것이다.
강T 역시 로드스쿨 자체를 소유하기보다는 이제는 어른이 된 제자들에게 넘겨줘 스스로 또다른 청소년들의 길잡이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구성원의 연령층이 변하면서 로드스쿨의 비전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올해 초에는 전국에 있는 마을기업을 직접 탐방하고 기록한 책자(어울려 놀자)를 발간하기도 했다. 지역에만 국한된 마을기업이 아닌, 전국에 있는 마을기업간 서로 비전을 나눌 수 있는 취지에서 마을기업사업으로 발전시켰다.
강용운씨(강T)는 “로드스쿨은 여행에서 시작했지만 이젠 여행에 참여한 학생들이 이끌어가는, 성장스토리가 담겨진 한 권의 책과 닮아있다”면서 “그러나 여행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이들이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적응해나가면서 발전해나갈 것”으로 기원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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