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원은 ‘모든 것이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사고를 둘러싸고 정 의원의 재수생 아들이 언급한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아니겠느냐’는 말은 심해도 너무 심했다. 자식의 죽음 앞에 오열하는 실종자 가족들의 타들어 가는 몸과 마음을 짓밟는 만행이나 다름없다. 뿐만 아니라 한 가닥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동병상련의 아픔을 함께 하는 국민들까지 짓밟은 것이다.
정 의원은 ‘사죄문’을 통해 아들을 대신해 사과한데 이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차 유감을 표시, 진화에 나섰지만 실종자 가족과 국민의 가슴을 되돌려 놓을 수는 없게 됐다. 정 의원의 서울시장 예비후보 사퇴만이 수순인 듯싶다. 후보 사퇴 후 근신하는 것만이 실종자 유가족과 국민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지름길인 것이다.
흔한 말로 ‘제 가정 하나 꾸려나가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서울시장은 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물음이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이다. 서울시장 예비후보 자리를 고집한다면 모두를 무시하는 처사임은 물론 그의 대국민사과는 지극히 형식적인 사과인 것이다. 혹 정 의원이 이번 대국민사과만으로 모든 것을 무시한 채 향후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돼 6·4지방선거에 출마한다 하더라도 서울 시민의 심판을 피해가기는 어렵게 됐다.
행정안전부 송영철 국장이 세월호 사고 수습현장에서 기념사진 촬영 문제로 논란을 일으킨 지 하루만에 또 다시 정의원이 국민들 앞에 사죄의 머리를 숙인 것이다. 새누리당 윤리위원회가 ‘폭탄주 술자리’ 파문과 관련, 유한식 세종시장 후보에 대해 경고 결정을 내린 것도 바로 20일이다.
실종자 가족을 분노하게 만드는 일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며 가뜩이나 지친 실종자 가족을 더 힘겹게 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실종자 가족을 더이상 짓밟지 마라. 지금 대한민국이 함께 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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