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육청 사실상 '수학여행 금지령'

학생·학부모 동의없이 진행 불가… 오늘 전국 교육국장 회의

세월호 침몰 참사와 관련해 대전교육청이 올해 일선 학교의 수학여행, 현장체험학습에 대해 대대적인 메스를 댔다. 그동안 학교장과 학교 측 주도로 진행돼 온 행사지만 앞으로는 학생과 학부모 동의가 없으면 행사 진행이 불가하다. 대전교육청은 지난 18일 시내 초·중·고 각급 학교에 '2014년 현장체험학습 및 수학여행 계획 전면 재검토 요청'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16일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 대전교육청 긴급 간부회에서 이지한 부교육감이 “일선 학교 수학여행 전반에 대해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에 대한 후속조치다. 이에 따르면 수학여행을 포함한 올해 예정된 일선 학교의 모든 현장체험수업은 학부모 및 학생 동의서를 받아서 진행해야 한다.

이 경우 희망하지 않는 학생에게 학교 측은 불이익을 줄 수 없다. 특정 학생이 수학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하면 학교에서 참가를 종용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또 학생과 학부모 다수가 희망하지 않을 경우 일선 학교는 행사를 전면 취소해야 한다.

대전교육청은 이와 함께 행사 전면 취소 시 업체와의 사전계약 해지로 발생할 수 있는 위약금 문제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논의를 통해 해결토록 했다.

안전사항 재점검을 통해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행사가 있으면 학교장이 즉각 취소 조치토록 권고했다. 이같은 대전교육청 지침을 두고 일선 학교에서는 사실상 '수학여행 금지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시내 모 고교 교장은 “교육청 공문에서 최종 결정은 학교장이 하도록 돼 있지만,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와 교육당국의 걱정 속에서 수학여행을 가겠다고 나서는 학교는 아마도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대전교육청의 이같은 방침과 별도로 교육부 차원의 가이드라인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는 21일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교육국장 회의를 개최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 전국 각급 학교의 수학여행 등 현장체험학습과 진행 및 취소와 관련한 구체적인 지침이 하달될 전망이다.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수학여행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일선 학교의 기존 계획을 전면 재검토토록 하는 한편 21일 전국 교육국장 회의 결과 나온 사항에 대해서 별도로 안내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