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해병대 캠프의 유가족들이 17일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사고 책임자들에 대한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책임자의 엄중처벌을 요구하기 위한 기자회견에 앞서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의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묵념하고 있다.
이성희 기자 |
전남 진도 해상 여객선 침몰사고가 지난해 태안 앞바다 사설 해병대캠프의 참사와 발생원인부터 부실한 초동대응까지 유사하게 흘러가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사고 후 신고가 늦어져 구출작업이 지연된 것이나 자체수습을 시도하다 희생자를 키운 게 태안 참사의 판박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태안 해병대 캠프 참사에 이어 경주 마우나오션 참사까지 겪고도 제대로 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아 더 큰 재앙을 재연했다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
태안 사설 해병대캠프 희생자의 유가족들은 17일 대전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누적된 사고 불감증이 또다시 사고를 불렀다”며 제도 개선에 목소리를 높였다.
여객선 침몰사고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한 기자회견에서 유가족 김영철(49)씨는 “우리 아이를 잃은 지난 여름 사설캠프 참사가 진도 앞바다에서 재연된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진다. 제발 살아서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회견은 18일 예정된 태안 참사 관련 책임자들의 항소심 첫 재판에 관심을 촉구하는 자리였지만, 유족들은 2013년 7월 18일 오후 5시 태안 앞바다에 돌아가 있었다. 이날 공주사대부고 2학년 학생 198명은 2박3일 일정으로 사설 해병대캠프에 참여했고, 학생 80명이 교관의 지시에 따라 구명조끼를 벗은 채 바다에 들어갔다가 23명이 바닷물에 휩쓸려 5명이 희생됐다.
당시 학생들이 바닷물에 휩쓸렸을 때 캠프 측은 신고를 미룬 채 자체수습을 벌이다 생명 같은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에서도 배가 침수되고도 신고가 늦어졌고 “제자리에 대기하라”는 잘못된 자체수습에 희생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태안 참사에서 사설 해병대캠프 교관 등 32명 중 인명구조사처럼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은 13명에 불과했고, 사고가 발생한 현장에 있던 교관은 자격 없는 임시직 직원이었다.
침몰 사고를 일으킨 선박에서도 선장과 승조원 일부가 위험에 빠진 승객들보다 먼저 빠져나온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유가족들은 “태안참사에서 드러난 구조적 안전문제를 안전행정부와 교육 당국, 그리고 사법기관이 대충 덮고 지나가려다 또다시 사고를 맞았다”고 안타까워했다.
태안 참사에 책임이 있는 캠프 교관과 관계자들이 징역 6개월~금고 1년6개월의 처벌을 받았고, 아이들 희생에 또다른 책임 있는 당사자에게는 과실치사혐의마저 적용되지 않는 실정이다. 또 사고 사설캠프의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행정기관에 대한 감사나 학생안전의 날 제정, 학생안전공원 조성, 희생된 학생들의 명예회복 등은 하나도 추진되지 않았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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