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농수산식품부와 충남도에 따르면 양호한 기상여건과 소비 감소 등의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이 30~70%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하순 도매가격 기준으로 전년 대비 마늘 32%, 양파 77%, 배추 67%, 감자 38% 정도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풍작에 따른 재고량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올해 생산물량이 본격 출하됨에 따라 가격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충남의 경우 봄 배추와 감자 문제가 심각하다. 봄 배추는 올해 도내에선 1680개 농가에서 538㏊를 재배, 지난해보다 재배면적이 13% 줄었다. 충남은 전국 봄 배추 재배면적(2839ha)의 19%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적지 않다. 2주 후면 배추를 출하해야 하는데, 하락한 가격 때문에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는 것. 대부분 계약재배 형태로 계약체결된 가격보다 30% 더 낮은 금액에 출하해야 할 상황이다.
배추 가격이 떨어진 이유는 남부지방에서 소진돼야 할 저장 배추들이 남아 있어 출하시기가 겹쳤기 때문이다. 봄 감자 역시 올해 도내 재배면적은 2212㏊로 지난해보다 20% 감소했는데도 가격 하락 폭이 크다. 지난해 가을에 재배했던 고랭지 저장 감자가 풀리면서 전년 대비 30%가량 폭락했다.
도 관계자는 “현장에 나가보니 2주 후면 봄 배추를 출하해야 하는데, 가격이 크게 떨어져 있어 농민들이 고심하고 있다”며 “시설 재배의 특성상 출하시기를 마음대로 조절하기도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적으로 생산면적이 감소했음에도 남부지방의 출하가 이어져 가격하락세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도는 농산물 수급안정을 위해 도내 재배현황을 도민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는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를 중심으로 수매 비축, 출하시기 조절, 소비촉진운동 등을 펼치고 있지만 가격 하락세는 잡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산물 수급조절 실패에 대한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지난 9일 국회 앞에서 농민 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 마늘ㆍ양파 생산농민대회를 열고 정부 수매 확대와 최저가격 보장제 등을 촉구한 바 있다.
전국농민회 관계자는 “정부는 작황이 좋을 때는 농산물 가격이 폭락할 수 밖에 없다고 하고, 나쁠 때는 재고 수입농산물을 풀어 농산물 가격을 폭락시키는 현실”이라고 비꼬았다.
내포=박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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