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교황 방문 준비를 위한 충남도의 현장점검에서 행사를 준비 중인 일선 지자체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교황 방문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선 도로 확·포장과 주차장 확보, 주변정비 등 예산이 한 두 푼 들어가는게 아닌데, 정부에서는 기존 시설을 최대한 이용하라는 말만 하며 예산 지원에는 소극적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첫 방문지인 당진 신리성지에서는 2.2㎞ 구간의 진입도로 확장 문제가 제기됐다. 도로가 좁아 차량 2대가 교차할 수 없다는 것으로, 당진시는 2차로 확장 사업비 20억원 중 10억원을 도에 요구했다. 또 13㎞에 달하는 버그내 순례길(신리성지~합덕성당~솔뫼성지) 정비 문제와 합덕성당에선 주차장 확보 문제가 건의됐다.
신리성지 김동겸 신부는 “버그내 순례길은 도로로 포장하기보다는 농로로 그대로 둬 자연상태를 보존하면서 정비하는게 좋을 것 같다”라며 순례길의 도로포장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다.
솔뫼성지에선 행사 방문객을 소화하기 위한 추가 여유부지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당진시가 이날 밝힌 교황 방문 행사 준비에 따른 총 소요비용은 226억원이다.
구체적으로 △인프라 정비 20억원 △환경정비 2억9800만원 △행사운영비 22억9000만원 등이다. 당진시는 국비 90억원과 도비 97억원의 지원을 요구했다.
이어 서산 해미성지 방문에서는 헬기장 확보 문제와 함께 해미읍성까지 순례길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영인 서산시 부시장은 “교황 방문시 헬기 3대가 한꺼번에 내릴 수 있는 마땅한 장소가 없어 해미성지 앞 부지 확보가 시급하다”면서 “교황이 무개차로 이동하게 될 해미성지에서 해미읍성 구간 중 900m 가량이 정비가 필요하다”며 예산지원을 건의했다. 해미성지 순례길(900m) 정비에 24억원, 헬기장 부지 확보에는 35억원이 소요된다.
서산시도 이날 교황 방문 행사 준비에 모두 165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국비 88억원과 도비 23억원의 지원을 요구했다.
이날 현장점검을 지휘한 송석두 도 행정부지사는 “정부에선 줄 돈이 없으니 기존시설을 활용하라고만 해 답답한 심정”이라며 “내부적 검토를 거쳐 꼭 필요한 사업에 대해서 정부에 예산지원을 적극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황 방문이 단순한 종교적 행사가 아닌 국가적 행사 차원에서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가 예산 지원에 좀더 의연하게 나와야 한다는 여론이다. 한편, 오는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충남 방문 시 헬기와 육로 등 이동 방식에 대해선 오는 6월초 최종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내포=박태구 기자 hebala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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