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고 있는 사회적 자본의 근간인 마을기업이 풀어야 할 우선과제는 판로다. 상당수 마을기업이 생산물을 내놓고 있지만 경영과 마케팅에서 노하우가 없어 한계에 부딪치는 분야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문을 닫아야 하는 마을기업도 많다.
하지만 마을기업인 품앗이 마을은 지역에 있는 마을기업과 영세 농가가 일어설 수 있도록 판로를 개척해주는 일등공신으로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친환경 로컬푸드가 도심속에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도우면서 도농간 격차를 줄여 공동체 경영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품앗이 마을(대표 홍은영)은 지난해 5월 대전시 마을기업으로 지정됐다. 당초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 등의 공동체 경제집단의 경우, 물품에 대한 거래시스템을 어떻게 구성하고 판매를 어떻게 해야 할 지가 관건이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공동체 경제로 발전시킨 마을기업 등 공동체 집단이 현실적으로 기업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는 문외한이었기 때문이다. 상품을 판매하더라도 마을내에서 소비하기에는 소비자 집단이 작은데다 대기업의 물품 및 가격과 경쟁하기에 어려움이 많아 문 닫을 날이 눈에 훤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품앗이 마을은 이같은 틈새 시장에서의 필요성을 인지해 마을기업으로 키워낼 수 있었다.
당초 품앗이 마을도 하루 아침에 마을기업으로 선정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5년전부터 홍 대표를 비롯한 지인들이 도시내 공동구매를 통해 농산물을 구입해 온 경험이 토대가 됐다.
이후 조직적인 활동이 필요해 2012년 5월 생활소비자협동조합을 창립했다. 생산물을 수집하고 분배를 하기 위한 구심점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게 홍 대표의 설명이다. 당시 판매는 인터넷 쇼핑몰을 활용했으며 배달은 1주일에 1차례로 제한했다.
하지만 농산물을 인터넷 쇼핑으로 구입하는 데는 수요자들의 불편도 잇따랐다. 대다수의 주부들이 농산물을 구입할 때에는 농산물의 상태를 면밀히 살피고 구입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인터넷 쇼핑 이용도 낮았다.
한시적으로 오프라인 시장을 열긴 했지만 당시의 상황이 특정장소에서 거래할 수 있는 거래소를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여기에 당시 회원이 600명까지 확대되면서 순환경제 거래소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듬해 이같은 비즈니스 모델이 인정돼 마을기업으로 품앗이 마을이 선정될 수 있었다.
직원협동조합 개념으로 6명의 구성원이 출자한 품앗이 마을은 그동안 맺어놓았던 인맥을 활용해 영농조합 11곳, 500개 농가, 지역 마을기업 등 다수의 상품 생산군을 갖추게 됐다.
농산물은 대전과 인근지역에서 우선적으로 조달받기 때문에 신선한 로컬푸드가 거래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농가나 가공품 생산자로부터 15~20%의 수수료만 받기 때문에 시세 대비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어 입소문으로 찾아오는 시민들도 점차 늘고 있다. 매출 역시 월 5000만원 수준에 이를 정도로 거래량도 많다.
홍은영 대표는 “다수의 생산자들이 소비자들을 직접 찾아나서지 않고 품앗이 마을을 통해 판매를 할 수 있어 공동체 경제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며 “주민들의 신뢰를 통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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