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뜯는 이혼소송 “STOP”

  • 사회/교육
  • 법원/검찰

물고뜯는 이혼소송 “STOP”

대전가정법원, 갈등완화형 이혼모델운영 워크숍… 대화스쿨도 개설키로

  • 승인 2014-04-14 18:07
  • 신문게재 2014-04-15 5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부인은 넘어뜨린 후 배 위에서 칼을 대고 죽여서 포를 뜬다.', '딸을 맨몸으로 쫓아낸 악질분자이고 인간성이 빵점입니다.'

얼핏 공포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대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두 문장은 이혼 소장(訴狀)에 실린 글이다.

사랑의 결실인 결혼으로 백년해로까지 약속한 부부였다가,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 하루아침에 돌변해 '물고 뜯는' 전형적인 이혼 소송 행태다. 자신이 원하는 판결을 받기 위해 상대방에게 '책임이 있다'(유책주의)는 점을 강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부부의 감정은 이미 서면공방을 통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돼 원만한 합의가 불가능하고 친권과 양육권 등에 대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어려워지는 게 현실이다.

대전가정법원이 14일 '갈등완화형 이혼모델 운영을 위한 실무자 워크숍'을 마련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가정법원 판사와 직원, 조정위원, 변호사, 법무사 등 7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는 이혼소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폭력적인 언행 등을 자제하고 당사자 간 합리적인 대화와 신중하고 올바른 결정이 이뤄질 수는 방안을 모색했다.

쉽게 말해, 공격적인 소장부터 접수하려는 관행을 숙연하게 조정(신청)을 우선 고려하는 문화로 바꾸자는 것이다.

워크숍에서는 우선 변호사와 법무사의 역할이 강조됐다. 소송대리나 소장 등 작성업무를 담당하는 변호사와 법무사가 이혼 당사자 간 갈등심화 현상을 방지하고 합리적인 소송태도를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감정이 격해진 당사자를 대면하는 가정법원 판사와 직원, 조정위원 등도 당사자의 고충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양을 쌓는 노력과 방안 마련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이를 위해 가정법원은 올해 하반기 약 10주에 걸쳐 1주당 2시간씩 변호사와 법무사, 조정위원, 직원 등을 대상으로 '비폭력 대화 스쿨'을 개설하고 법원에 직접 오는 당사자들에 대해서도 전용 상담창구를 개설해 이혼절차에 관한 종합적인 안내도 할 계획이다.

손왕석 대전가정법원장은 “이혼문제로 고통받는 당사자의 갈등이 완화되고 자율 조정을 통해 이혼과 재산분할 문제를 정리하며 자녀양육과 친권 등에 대해 자녀의 복리를 우선시하는 건강한 이혼 토대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3.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4.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5.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1.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2.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3.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4.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5.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