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이러한 생명력에 이끌려 주말이면 여기저기서 가족, 연인들의 웃음꽃이 함께 터진다. '벚꽃엔딩'을 즐기기 위해 사진기 셔터를 누르기에 바쁜 연인들. 새잎이 돋는 나무 아래서 한결 부드러워진 바람을 쐬면서 휴일의 한나절을 즐기는 젊은 부부와 아이. 하지만 아무리 아름답다 하더라도 부모의 눈엔 자식보다 더 빛나는 꽃은 없다.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눈빛은 꽃을 바라보는 그것과 비할 게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 '인꽃'이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좋은 소식만 듣기에도 아까운 이 계절, 지난 주말을 달군 재판 결과가 못내 마음을 씁쓸하게 한다. 칠곡과 울산서 벌어진 두 계모의 의붓딸 폭력에 대한 판결이 그것이다. 작년 8월 14일, 경북 칠곡의 계모 임모(36)씨는 의붓딸(당시 8세)이 시끄럽게 군다며 발로 20여 차례 짓밟고 입을 막은 채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다. 이 폭행으로 장(腸)에 손상을 입은 딸은 이틀 동안 방치됐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사망했다. 친부 김모(38)씨도 딸이 위험한 줄 알면서도 외면했다. 울산서 발생한 사건 또한 계모 박씨가 10월 24일, “소풍을 보내달라”는 의붓딸(당시 8세)을 무차별로 구타해 갈비뼈 16개를 부러뜨리고 욕조에 방치해 폐 파열로 당일 숨지게 했다. 각각 1심 공판이 있던 지난 11일 대구지법은 임씨에게 징역 10년을, 친부 김씨에겐 징역 3년(법정 구속)을 선고했다. 또 울산지법은 “박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판결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분노를 표했고 국민들 또한 '국민 법감정을 무시한' 판결이라는 비난을 했다. 한창 말썽피우고 응석부릴 8살. 두 아이에게 삶은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을 거다. 어리광은 꿈에서라도 꿀 수 없고 말 한마디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혼자 감당했어야 할 그 무게가 얼마나 버거웠을까. 그렇기에 사람들은 낮은 형량에 울분을 토하는 것이다. 부모에게 사랑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싸늘하게 죽어가야했던 짧은 삶. 꽃그늘 아래서 엄마 아빠와 함박웃음 한번 웃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멍든 삶으로 살다가 가야했던 아이들의 삶이 찬란한 이 봄날 더 애잔해진다.
11일 보건복지부 설립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2년까지 총 97명의 아동이 학대로 숨졌고, 비공식적으론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도 어디선가 피멍든 살을 매만지며 눈물짓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 말했듯이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김은주·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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