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을기업 '백두한라'의 직원들이 빚은 함경도 만두를 꺼내보이고 있다. |
이들이 찾은 곳은 동구 자양동 도로변에 있는 자그마한 음식점이다. 함경도 토속음식인 함경도 순대, 두부밥, 감자떡, 옥수수떡, 함경도 만두, 느릅냉면 등을 파는 마을기업 백두한라(대표 강순희)에서는 작게나마 훈훈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온다.
백두한라는 지난해 7월 9일 개업식을 가졌다. 마을기업으로 지정된 지 4개월만에 어엿한 북한 토속 음식점으로 문을 연 것이다. 다른 마을기업과 달리, 백두한라는 새터민들이 자립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나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강순희 대표를 비롯해 모든 구성원들이 새터민인 백두한라는 '북한이탈주민과 대전시민이 먹을거리로 소통하다'라는 사업명이 어울리듯 지역에서는 새로운 명소로 손꼽힌다.
백두한라가 마을기업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2005년 선교사를 통해 탈북에 성공한 강 대표는 오히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삶에 대한 의지를 잃을 정도로 살아왔다. 그러던 중 봉사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찾아보라는 주변의 권유로 지역의 소외계층을 돕는 과정에서 새로운 삶의 목표를 찾게 됐다. 이후 2006년 '백두한라'라는 이름으로 자원봉사단을 새터민들과 만들어 혼자가 아닌, 서로 의지하고 돕는 문화를 새터민 사이에 전파했다.
백두한라 자원봉사단은 대전시에서 진행하는 바자회 등에서 북한 음식을 선보였으며 이후 마을기업을 통해 새터민의 자활을 해보라는 권유로 현재의 북한 토속 음식점이 탄생하게 됐다.
북한에서 10년 정도의 군생활을 했던 강 대표는 그동안 세상 물정도 몰랐던 만큼 음식점을 운영하는 데에도 여간 애를 먹은 게 아니다.
초기에는 북한 음식에 대한 이질감이 있던 터라 지역민의 입맛에는 맞지 않는 음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강 대표는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가며 지역 반찬 만드는 법 등을 밤새워 연구하면서 서서히 지역민의 입맛에 맞춘 음식을 내놓을 수 있었다.
아직은 매출 자체가 많지는 않지만 백두한라 마을기업은 대전시의 지원을 받는 만큼 지역민에 대한 환원에도 아낌이 없다. 원래 자원봉사단에서 출발한 백두한라인 만큼 지역 소외계층에 목소리를 전달하는 동시에 다양한 봉사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백두한라가 마을기업으로 지정된 데는 대표를 비롯한 새터민들이 함께 자립하려는 마음을 키울 뿐 아니라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오히려 지역민에게 도움을 주려는 마음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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