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의 계절이 돌아왔다. 프로 세계에도 바쁜 나날이 돌아왔다.
드디어 긴 겨울잠을 자고 골프의 시즌, 필드의 힘찬 발걸음이 시작되었다. 여느 해와는 달리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지도 않았고, 봄바람 역시 심하지 않아서 조금이나마 기대에 부응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요 며칠 사이 봄날의 온도는 이상기온이라 할 정도로 좋은 날씨였고, 골프를 즐기기에는 정말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기야 요즘에는 이상기온이라는 말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이며, 지구의 변화무쌍한 날씨가 우리 인간의 편리가 불러 온 부산물이 아닌가 생각하니 왠지 씁쓸한 기분이 든다.
각설하고, 필자도 제자들과 프로 테스트를 앞두고 점검차 며칠 전 필드를 다녀왔다.
봄에는 일반인들도 많은 기대를 가지고 필드에 나가지만 학생, 지망생, 프로 할 것 없이 모두 설렌 마음으로 필드로 나간다. 일반인들도 그러하겠지만 골프를 직업으로 선택한 학생들이나, 특히 프로가 되기 위한 지망생들은 일생일대의 중요한 시험을 치르는 시기라 설레이기보다는 경건하고도 비장함을 느낄 정도이고 필자가 보기에는 정말 걱정되고, 안스러워 보이기도 하는 게, 자식을 가진 부모의 심정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예전과 달리 다소 시험의 기회가 많아지고 관문의 폭이 많이 넓어졌다 해도, 시험의 경중을 떠나 긴장감은 떨쳐버릴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인연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연습도 충분히 했을 것이다. 지난해의 결과를 토대로 각자의 장·단점을 잘 파악해서 해외 전지훈련, 국내 집중훈련 등을 통해 체력적인 면, 기술적인 면, 숏 게임, 퍼팅, 멘탈 등 많은 물질적, 시간적 투자를 통해 실력도 일취월장 배양됐을 것이며, 그러한 투자들이 골프의 최대의 적인 프레스(press·압박감), 긴장감을 떨치고 자신감의 활로가 되어 만족한 결과로 도출되기를 모두들 바란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듯이 골프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정신적인 문제가 기술적 문제를 지배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스타일에 따라서는 100%로 지배당하는 경우가 있어 자신의 우월한 테크닉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흔히 말하는 “저 친구는 연습 때는 잘 치는데 시합 운이 없어!” 아마 위로의 표현일 것이다. 여타 운동과 다를 바 없이 운칠기삼이라 충분히 이해가 가는 표현이지만, 필자의 다양한 오랜 경험으로 볼 때는 대다수가 운이 없는 게 아니라 멘탈적인 요소가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간이 적어! 너무 쩔어! (쫄아). 솔직히 말하자면 실력은 있는데 그러한 요소들로 인해 자신감이 떨어지고 그것이 수행능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 아래 글이 스승들의 고뇌를 단면으로 보여준다.
며칠 전 모 협회에서 주최한 프로테스트예선전을 참관하고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는 어정쩡한 표정관리를 해야 하는 곤란한 입장이 되었다. 한 제자는 탈락하고 한 제자는 통과하는 바람에 스승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선수를 위로해야 하는 말을 하기도 전에 “먼저 가겠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는 인사와 함께 쓸쓸히 멀어져 가는 한 제자의 축처진 어깨를 보면서 웬지 큰 죄를 지은 죄책감이 엄습함에 무한한 책임감에 절로 고개 숙여진다. 비일비재한 일이긴 하지만 너무 씁쓸하다.
제자는 물론 골프를 선택한 모든 친구들에게 용기와 팁을 하나 주고자한다.
오늘 이 순간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라는 것을 잊지 말고, 기회는 언제든지 온다. 빨리 잊고 다시 시작하라. 자신이 정말로, 진정으로 좋아서 하는 것이라면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에 '천지창조'라는 벽화를 92세에 그렸으며, 베르디가 오페라 '오셀로'를 80세 작곡했으며, 괴테가 대작 '파우스트'를 82세에 완성했다는 것을 기억하라.
단, 정말 자신이 좋아하고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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