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민원·신고절차… 속타는 피해자 두 번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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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민원·신고절차… 속타는 피해자 두 번 운다

은행·세무서 등 모두 경찰로 떠넘겨… 담당부서 찾기 '하늘의 별'

  • 승인 2014-04-06 16:08
  • 신문게재 2014-04-07 6면
  • 유희성 기자유희성 기자
● 전화대출사기 민원해결 동행

신종 전화대출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까다로운 민원 및 신고절차에 두 번 울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자가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3일간 신종 전화대출사기를 당한 한 주민과 민원처리에 함께 나섰다.

피해자 김씨가 당한 것은 '카드깡'사기.

한 대부업체가 직원을 고용해 빼돌린 개인정보를 이용, 전화를 걸어 대출을 강요했다. 기본 인적사항 등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게 김씨의 설명이다. 이 업체는 '서울시 지방세' 500만원을 김씨의 카드로 대납결제하고 선이자 명목의 30%를 뗀 나머지 금액을 김씨의 통장에 입금했다.

얼핏 높은 이자의 대출로만 여길 수 있지만 “지방세, 선이자 부분에 대한 설명은 없이 현금서비스와 비슷한 것이라는 말만 했다”며 김씨는 황당해했다.

신용카드 장기할부로 500만원의 금액을 이름도 모르는 회사의 세금으로 할부결제당한 김씨는 선이자 외에 카드사의 할부이자도 매달 지급해야 하는데 이 또한 20%다. 해당 업체는 김씨의 대출 철회요구에 수수료를 점점 올리더니 급기야 연락을 끊어 버렸다고 한다.

여러 개의 카드에서 결제된 500만원, 선이자 150만원, 카드사 할부이자 100만원, 총 750만원의 금액을 영문도 모른 채 대출상담에 응한 대가로 지불해야 했지만, 통장으로 들어오는 돈은 고작 350만원 뿐 이었다.

400만원의 금액은 만져보지도 못하고 날아간 셈. 김씨는 이런 피해사실을 은행, 카드사, 서울시, 세무서 등에 문의했지만, 이들 기관들은 모두 경찰 업무로 떠넘겼다. 해당 대부업체는 '신한'이라고만 밝혔다는 김씨의 설명. 신한은행에서는 대응을 할만도 했지만 무덤덤한 반응이었다.

모든 기관에서 미룬 경찰을 찾았지만 다른 부서로 가라는 답변만 4개 부서에서 했다. 결국 2일 만에 찾게 된 담당부서에서 “대부업체를 찾아주는 등 도움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관계기관 직원 수십 명을 찾아가고 전화통화를 수십 회 한 끝에 도움을 주겠다는 직원 한명을 만난 것.

금방 전화 준다며 연락이 끊긴 은행, 어쩔 수 없다며 무의식 적으로 대답하는 기관 등 2일의 시간을 꼬박 발품 팔았지만 아직도 각종 제출할 서류와 절차가 남아있고 얼마가 될 지 모르는 시일을 기다려야 한다. 다음날 김씨는 하루종일 매달렸지만 서류와 사유서 작성을 완료하지 못했다.

이런 과정에서 김씨의 입에서 “그만두자, 포기하자”는 말만 수십 회. 김씨와 그의 가족들은 몸과 마음이 지쳤고, 기관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다. 돈을 돌려받는 것도 포기했다. 김씨는 “적은금액이라서 신경을 안 써주는 것 같은데 우리에겐 식구들 몇 달 생활비이기에 간절하다”며 “그렇지만 우리를 이상한 사람 취급해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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