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주의의 맹점은 자칫 잘못하면 숫자 늘리기나 민원 해결 위주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개별 규제, 그림자 규제, 덩어리 규제 등 불합리한 규제의 옥석을 안 가리면 가시적이고 단기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분야에만 치우칠 수 있다. 규제개혁을 추진할 지자체 태스크포스(TF)가 가장 유념할 부분이다.
추진 과정이 질보다 양으로 흐르지 않으려면 먼저 규제의 방향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정부도 규제 수량만이 아닌 규제 준수 부담의 감소에 더 주력하도록 환경을 조성하기 바란다. 당장 없앨 규제가 있지만 규제에 대한 일몰 설정을 늘려야 할 것도 있다. 적용 범위가 포괄적이거나 절차와 기준이 불투명한 규제도 많다. 지자체 관계자가 말하듯 전국적으로 적용 가능한 통일된 지침이 필요하다고 본다.
실패한 전례가 많은 것이 또한 규제개혁이다. 경제 관련 규제에 쏠리면 다른 사각지대가 생기게 된다. 지역민의 피부에 와 닿는 과제인데 방향조차 잡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한다. 조례와 규칙까지 손보겠다는 정부에 호응해 자치법규 개정이 지방선거 국면에서 얼마나 원활할지도 의문이다.
공식 등록이 안 된 행정규칙도 숨은 규제로 남을 수 있다. 현장밀착형 정책 집행이 정말 요구되는 게 지자체 주도의 규제개혁이다. 자치구별로 TF팀 관리 부서가 상이한 점이 추진에 장애가 되지 않아야 한다. 이는 앞으로 행정기구 설치조례 개정 등을 통해 개편할 부분이기도 하다.
급하다고 해서 주먹구구는 안 통한다. 개별 규제의 비용과 효과에 대한 정밀분석이 필요하다. 규제에 담긴 가치와 규제 폐지의 가치를 따져 공익적 규제나 중소기업을 살리는 규제는 손대지 말아야 한다. 또 사회 전체적인 편익이 큰 규제는 존치시켜야 한다. 명분 하나만 믿고 양적 성과에 집착하면 본질에 소홀하게 된다. 규제개혁 성패의 상당 부분은 지자체 공무원의 마인드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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