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말만 믿었다가 법원서 벌금형

대덕구 비래골길 공사 업자 방책대신 신호수 배치… “안전조치 미흡”

대전 대덕구 신상로 비래골길 재해위험도로 정비공사를 담당했던 A(54)씨. 공사 도중 관할 자치구이자 공사 발주기관인 대덕구청의 말을 들었다가 오히려 법원으로부터 벌금을 받았다.

이런 내용이다.
비래골길 재해위험도로 정비공사 현장소장인 A씨는 지난해 5월 공사현장 내 굴착작업장 아래 보도에서 임차한 굴삭기 운전기사에게 배수관로 매설을 위한 터파기 작업을 지시했다. 그런데 채석작업을 하는 굴착사업장의 아래 장소는 추락 위험성이 있어 근로자가 작업하는 동안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해야 하는 곳이다. 이를 위해 방책을 설치하는 등 안전조치를 취했어야 했지만, A씨는 하지 않았다가 기소됐다.

사실 A씨도 이런 점을 인지하고, “공사현장은 등산객이 많이 다니는 등산로로, 폭이 좁아 방책을 설치하면 등산객의 출입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대덕구청에 대책을 건의했다.

하지만, 대덕구청 측은 '등산객 출입금지하면 민원이 발생할 수 있으니 신호수를 배치해 등산객이 다치지 않고 불편하지 않게 공사를 하라'는 취지의 대책을 내놨다.

이에 A씨는 등산객이 오면 작업을 중단시키고 등산객을 안전하게 유도한 뒤 작업을 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에게 방책을 설치하지 않은 책임을 물었다.

대전지법 형사10단독(판사 주진오)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주진오 판사는 “구청이 통행안전확보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보이는바, 방책을 설치하지 않을 것을 지시하지 않았다”며 “설령 안전하게 작업했더라도 법규에 따른 모든 안전조치를 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