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이제 국민생선 고등어부터 수산물 이력제가 본격 시작됐다. 그런데 우선 적용되는 상당수 대형마트의 대상 품목에 QR코드가 없었다 한다. 안내문 하나 내걸지 않은 무성의에서 제도를 대하는 시각이 드러난다. 식품안전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투명한 유통경로를 위해 도입한 사실에 개의치 않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지금처럼 어중간하게 시행하다간 뒤따라 명태와 갈치, 또 조기와 넙치, 전복, 뱀장어로 품목을 확대해도 실익을 기대하긴 힘들 것 같다. 충남 쪽 통계를 보면 지난해 40여 개소 참여에 그칠 정도로 업계의 호응이 낮았다. 참여율이 1%에 못 미친 원인부터 분석해봐야 한다. 높은 업체 참여율과 소비자 호응도가 제도 정착의 열쇠다.
제도로서 성공하면 일본산 수산물과 겹치는 어종뿐 아니라 무차별 수입되는 다른 어종의 틈에서 국내산 경쟁력을 확보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반면 잘못 시행되면 오히려 부작용이 파고 든다. 위변조 등 원산지 속이기에 악용되거나 이를 빌미로 가격 인상 여지만 키울 개연성이 그것이다.
새로 시작된 수산물 이력제가 반쪽 정책에 그치는 점 역시 여전한 한계다. 개별 포장 수산물에만 적용 가능해 전통시장에서 도입이 힘든 부분은 보완해야 한다. 이력제 확인의 번거로움은 일정 부분 소비자가 감당할 몫이기도 하다. 만약 이력 관리 등의 행정 수요 감당이 어려워 대충 시행하면 하나마나한 제도로 전락하게 된다. 자율참여 형태로 가면 흐지부지된다는 교훈은 이미 충분히 얻었다고 본다.
대중어종 중심의 수산물 이력제의 첫 단추로 1일 고등어 한 품목만 시행했는데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중장기 수산물 안전대책으로 준비한 것 치고는 부실하다는 느낌이다. 왜 유명무실하게 운영됐으며 새로 시행했는데 왜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는지 잘 살펴보기 바란다. 제도로서만 유효하면 소용이 없다. 실효성 있는 제도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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