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소방방재청이 작성한 지진위험지도에서 대전과 세종을 포함한 충청 남부지역은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지진 강도나 빈도로 봐서 환태평양 지진대에서 비껴나 있다는 지구과학 상식만 믿고 안심하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됐다. 규모 5.5~6.5에 견딜 내진 설계의 필요성을 입증해준 것이 이번 태안 지진이다.
그렇게 보면 현 상태는 지진 위험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된 셈이나 마찬가지다. 공공건축물, 철도 및 도로시설물, 수도시설 등 내진설계가 확보되지 않은 곳부터 지진재해대책법 관련 규정대로 보완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지역 차원에서도 지진과 관련한 대비 의지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10년 전 울진 지진 이후 제일 강력한 태안 해역의 지진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일본 후쿠오카 지진 때는 국내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한반도는 30년 전보다 3배 이상 지진 횟수가 늘었다. 지난해만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무려 98차례나 일어났다. 1978년 규모 5.2의 홍성 지진 때 건물이 붕괴되고 많은 건물에 금이 간 사실을 반추해봐야 할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서해 해저에 큰 단층대가 형성되면서 지진이 잦은 것으로도 분석한다. 보령 앞바다에서도 지진이 부쩍 자주 발생하고 있다. 약한 지진이 규모 6.0 이상의 대형 지진의 발생 확률을 높이기에 경시할 수 없다. 진도 6.0 이상이면 건물 대부분이 붕괴된다. 태안 지진은 부실하게 지어진 건물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만한 강도다. 건물과 함께 전기, 가스, 수도시설 등 이른바 라이프라인의 내진을 보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재앙에는 예고가 없다. 내진 설계 강화와 지진 경보 체계 구축으로 피해 최소화에 힘쓰는 수밖에 없다. 경각심을 갖고 여진 발생을 주시하며 상황관리를 유지하기 바란다. 지역적으로 경상분지 다음으로 충청 일대의 서해안 지역에서 지진 발생이 잦다. 태안, 보령, 홍성 등지의 단층구조에 대한 정밀 조사도 필요하다고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