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자동차 번호판 가격을 인하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대전시는 발급대행사를 신규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자동차 번호판 발급대행업체를 50년 만에 공개경쟁방식으로 선정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신규 발급 대행업체 2곳 가운데 1곳이 현재 발급 대행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업체라는 점이다. 자동차 번호판 발급 수수료를 내년부터 최대 43% 인하해도 대행업체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대전시는 왜 일찌감치 공개경쟁방식으로 대행업체를 선정하지 않았을까. 이번 인하와 관련, 대전시는 ‘인하된 가격에 시민들이 번호판을 신규로 발급 받을 수 있게 돼 시민들의 가게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하면서 말이다.
자동차번호판 대행업무를 둘러싸고 오랫동안 몇몇 기업만이 독점의 수혜를 누리는 동안 시민들만 비싼 번호판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발급받아온 셈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주요 산업의 진입규제 철폐를 추진해왔으나 대전시의 자동차번호판 대행업무도 내년에야 비로소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양새다.
당시 공정위는 60개의 진입규제를 찾아내 이를 철폐하려고 했으나 각 부처의 반대에 가로막혀 최종안에서 20여개로 줄어들었다. 규제철폐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입증해주고 있다. 대전시의 자동차번호판 독점 대행의 모순도 이와 별반 다를 바 없다.
정부는 27일 현오석 경제부총리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지난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 개혁 끝장토론’에서 제기된 50여개의 규제를 우선 검토하기로 했다. 대전시 공무원들도 이런 움직임에 우두커니 먼 산만 볼 일이 아니다. 자동차 번호판 대행업체와 같이 독점으로 일관하며 시민들의 주머니만 축낸 규제 업종이 얼마나 더 있는지 털어내야 한다. 이젠 규제 개혁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다. 독점기업의 수혜를 함께 나누는 공무원의 모습, 이젠 벗어던질 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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