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세 현역 최고령 총장… “열정은 나이도 이길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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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세 현역 최고령 총장… “열정은 나이도 이길수 있죠”

'인재 양성' 최우선 목표… 의료공과대·군사경찰대 등 지속 신설 연 10학기 집중학기제·등록금 절반 장학금 등 '교육혁명' 준비중

  • 승인 2014-03-26 14:16
  • 신문게재 2014-03-27 10면
  • 대담=오주영 교육체육부장·정리=강제일 기자대담=오주영 교육체육부장·정리=강제일 기자
[총장에게 듣는다] 김희수 건양대학교

건양대 김희수 총장은 우리나라 대학 현역 최고령 총장이다. 1928년생으로 한국 나이로 여든 일곱이다. 보통 여생을 편히 보낼 나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김 총장은 다르다. 대학과 병원 최일선에 나서 사소한 일까지 직접 챙기고 있다. 김 총장 사전엔 정년(停年)은 없는 것이다. 그를 만나 현역 최고령 대학 총장으로서의 소회, 인생 역정 스토리, 대학발전 구상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 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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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성희 기자
김 총장은 '80대의 현역'이다. 20대 못지 않은 열정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김 총장이다. 하루 일과 시작을 보면 김 총장의 면모를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이른 새벽 출근 대학 강의동과 병원 병실 등을 돌아다니며 혹여나 학생과 환자 불편사항은 없는지 꼼꼼히 살핀다. 복도에 쓰레기라도 떨어져 있으면 직접 허리를 굽혀 줍기 일쑤다. '꽁초 줍는 총장'이라는 별명도 이래서 생겼다.

자신이 먼저 쓰레기를 주우면 교수, 학생들이 버리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다.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이같은 열정이 발산되는 이유는 '정년은 없다'라는 김 총장만의 철학 때문이다. 그동안 남긴 김 총장의 어록(語錄)과 습관에서도 이같은 점을 읽을 수 있다. 그는 주변에서 최고령 총장으로 일이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올 때마다 “나이는 숫자일 뿐 열정을 이길 수 없다”라고 답변하곤 한다. 나이가 들어도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이 있다면 업무 수행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의미다.

항상 메모하는 모습에서도 김 총장의 열정이 묻어난다. 그는 항상 겉옷 주머니에 손바닥만 한 메모장을 지니고 다닌다. 수첩에는 학생 고민 내용은 물론 불현듯 떠오르는 대학 경영 아이디어, 책에서 읽은 명언 등을 적는다. 빼곡히 적은 수첩만 벌써 수십 권에 달하는 데 이런 습관이 식지 않은 열정과 현역으로서 '롱런' 할 수 있는 비결이 됐다.

52년 전 서울 영등포에 '김 안과' 병원을 설립했을 때에도 김 총장의 열정이 돋보였다. 병원 인지도가 없어 개업 이후 찾아오는 환자가 가뭄에 콩 나듯 하자 김 총장은 직접 전단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간간이 찾아오는 환자 치료에는 지극 정성을 다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김 총장 병원이 친절하다는 입소문을 타자 삽시간에 병원 문턱이 닳도록 환자들이 몰렸다는 후문이다. 하루에 3000명의 환자가 모여든 적도 있다고 한다.

대학 최고경영자인 김 총장의 바람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지역과 국가를 위해 공헌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김 총장은 “젊은 인재를 키워내는 일은 국가의 미래와 직결된 일이다”며 “특히 실용 인재 양성에 주력해 이들이 졸업 후 직장에 들어갔을 때 곧바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87세, 우리나라 대학 최고령 현역 총장으로 있기까지 교육계에서 끊임없는 도전을 해온 것으로 아는데.

▲50대에도 도전, 60대에도 도전의 인생이었다. 1978년, 고향 분들의 청으로, 운영난을 겪고 있던 고향(논산)에 있던 중학교를 인수, 낙후됐던 학교를 지역 최고의 명문으로 만들었다.

대학 설립은 64세에 했는데, 주변의 반대도 있었고 여러 가지로 힘들었다.당시 은사님이 인천교육대 학장으로 재직하셨는데 불쑥 내가 운영하는 병원에 들려 고향에 학교를 세워야 한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이같은 권유와 평소 갖고 있던 인재양성의 욕심 때문에 결국 1991년 건양대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젊은 인재들을 키워내는 일은, 국가의 미래와 직결된 일로 나의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여든이 넘은 나이인데 이제 편히 쉬고 싶은 생각은 없는지.

▲나는 사람의 인생에서 정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건강하고 일을 할 수 있는 열정이 있다면 힘 닿는 데까지 사회에 봉사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도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가볍게 운동하고,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학교 병원까지 걸어간다. 병원 한 바퀴 돌아보고, 직원들도 챙기다 보면 해가 떠오른다. 오전 10시에는 학교로 출근해서 강의실을 돌아보는 것이 첫 업무다. 나이는 숫자일 뿐 열정을 이길 수 없다고 본다.

대학과 병원에서 활동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학생들은 총장이라기보다는 옆집 할아버지와 같다고 한다. 이는 아마도 나의 열정을 보고 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건양대 총장으로서 지방대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비법이 있다면.

▲실용 인재 양성에 주력하는 것이다. 졸업 이후 직장에 들어갔을 때 바로 업무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로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같은 맥락에서 창의융합 대학을 주목해 봐야 한다. 상경대학생이 디자인 공부하고, IT 계열 전공생이 바이오 공부하는 융합 교육시스템이 창의융합대학의 핵심이다. 4주를 1학기로 연 10학기제를 운영하는 집중학기제와 등록금 가운데 절반을 장학금으로 주는 파격적인 지원으로 '건양대 발 교육혁명'을 준비 중이다.

-대학 구조조정과 지방대 특성화 사업에 대한 전략은.

▲대학의 위기는 지방대만의 문제가 아니며 그렇다고 모든 지방대가 위기를 맞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10년을 미리 내다보고 변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건양대는 그동안 창의융합대학, 의료공과대학, 의과대학, 군사경찰대학 등 사회가 바라고 교육수요자가 원하는 학문분야를 지속적으로 신설해왔다. 앞으로도 변화와 개혁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대한민국 학부교육의 대표브랜드로 포지셔닝하기 위한 비전을 설정하고 2020년 학부교육 탑 3 대학으로 발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논산 창의융합캠퍼스와 대전 메디컬캠퍼스를 전략적으로 특성화하는 한편, 단과대별 차별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학교 구성원과 지역 주민들에게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

▲무엇보다 생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도전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에 대해 미리 판단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해 실천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일이 많은데 실제로 부딪치다 보면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긍정적인 상황이 전개되기도 한다. 노력은 성공의 기본, 학교의 기본은 교육이다. 지금까지 건양대는 기본에 충실하려고 노력해왔듯이 앞으로도 이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학생들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고, 잘 가르치는 대학이 되고자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운영할 예정이다. 앞으로 건양대가 전국 최고 교육 명문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민들의 아낌없는 사랑과 성원을 부탁한다.

대담=오주영 교육체육부장·정리=강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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