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함 용사 4주기를 하루 앞둔 25일 고 차균석 중사의 어머니가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에 잠든 아들의 묘비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며칠전부터 국립대전현충원은 천안함 46용사의 넋을 기리는 준비에 여념이 없다. 묘비마다 조화가 놓여 있고, 태극기가 끝도 없이 바람에 휘날린다. 현충원 북쪽 경내에 있는 천안함 46용사 묘역에도 정부와 자치단체를 비롯한 제반 기관·단체와 각급 학교에서 추모의 발길이 시작되는 분위기다.
물론, 흐르는 시간을 막을 수는 없기에 예년과 비교해서는 추모의 열기는 다소 식은 듯하다. 하지만, 천안함 46용사를 향한 추모의 마음은 여전히 변치 않고 있다.
울산에서 온 김용수(45·여)씨는 천안함 46용사 묘역에 향을 올리고 46개 묘비를 하나하나 손을 쓰다듬으며 애도했다. 김 씨는 “살아가면서 가장 가슴 아팠던 게 천안함의 폭침 소식이었어요. 묘역에 꼭 오고 싶었는데 오히려 늦게 온 것 같아 잠든 젊은이들에게 미안해요”라며 고개를 숙였다.
하늘도 빗물을 잔뜩 머금어 흐려질 때쯤 46용사의 유가족들이 눈물 맺힌 눈으로 자식을 만나려 묘역을 찾았다. 폭침으로 목숨을 잃은 고 장진선·조진영·심영빈·차균석 중사의 유가족이다. 고 차균석 중사의 어머니 오양선 씨는 “아들을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안아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는 게 시간이 지날수록 슬퍼져요”라며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무엇인지 느끼는 4년이었어요”라고 되뇌었다.
고 조진영 중사의 어머니 박정연 씨도 “3월이 되고 추모식이 있을 때마다 하나뿐인 아들을 잃은 게 생각나고 그리워져 가슴이 더 먹먹해져요”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유가족들이 후회와 슬픔으로 지난 4년을 보낸 건 아니다. 박정연 씨는 “아들이 군에 갈 때 서해를 지키겠다며 선택한 해군이어서 아들은 지금도 (해군을)후회하지 않을 거예요”라고 낮게 말했다.
다만, 유가족들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이 있음을 사회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이 있다. 심영빈 중사의 아버지 심대일(66)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잊혀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이 잊히지 않도록 정부가 노력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안함 폭침에서 살아남은 생존병사들도 이날 대전현충원을 찾아 전사한 동료와 선ㆍ후임 병사들의 넋을 기렸다. 이날 천안함 생존장병인 송민수ㆍ정용호ㆍ육현진ㆍ홍승현 중사는 전우들의 묘역에 술잔을 올리며 46번의 묵념을 했다.육현진 중사는 “그동안 생존병사들은 트라우마를 극복하며 다시 전함을 타고 국외 파병에 참여하는 등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하며 4년을 지내왔다”며 “먼저 간 전우들도 우리가 마음 무겁게 지내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육 중사는 “북한이 한 게 맞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는데 정부의 발표를 왜 신뢰하지 않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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