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명품도시를 표방하는 세종시의 한 모습이 이렇다. 원룸과 다가구주택 과잉은 세종시가 전국 땅값 상승을 주도하면서 시작됐다. 입지나 상품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대출을 받아서라도 짓고 보자는 열풍이 빚은 부작용이다. 수요와 공급이 엇나간 세종시의 공실 해소는 따라서 난개발 종합대책 차원에서 다룰 사안이다.
물론 다가구주택 허가 신청이 감소하고는 있다. 하지만 이미 들어선 건물만으로 부작용이 초래될 위험은 다분하다. 정부세종청사 최종 이전 뒤에도 평균 공실률 감소에는 한계가 있다. 도시계획조례와 개발행위 허가운영 지침을 내놓고 경관심의 강화라는 ‘칼’을 빼들지만 한발 늦었다. 인근 지역까지 개발행위 일괄 허가 등으로 몸살을 앓은 뒤의 사후약방문처럼 보인다.
앞으로도 한동안은 인구 유동량이 적고 시장 상황이 무르익지 않아 세종시의 높은 공실률은 지속될 것 같다. 출퇴근하는 셔틀족 공무원이 늘자 정부서울청사 부근의 오피스텔 수요가 폭증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공급 부족으로 천정부지였던 때와 달리 폭락세가 지속되면 투자 대비 낮은 수익률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늘 강조하듯이 세종시는 자족기능을 갖춰 균형 있게 성장해야 할 도시다. 상가의 태반이 부동산 중개업소일 만큼 상권 형성이 안 되고 문화시설이 부실한데 원룸만 자꾸 들어서면 거꾸로 서울 거주 공무원은 증가할 수 있다. 높은 공실률은 세종시를 불 꺼진 도시로 전락시킨다는 생각으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요즘 규제가 화두지만 세종시야말로 개발과 보전이 조화된 합리적 규제가 요구되는 곳이다. 원룸 거주 공무원들이 아파트로 물밀듯 빠져나갔을 때도 대비해봐야 한다. 세종시 원룸과 다가구주택의 회전율은 당분간 낮아질 공산이 크다. 난개발이란 다른 게 아니다. 통합적·체계적 관리와 무관하게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이나 도시경관을 무시하는 것이 바로 난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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