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곡선]의사들에게 양심호소 언제까지?

  • 오피니언
  • 청풍명월

[직선곡선]의사들에게 양심호소 언제까지?

김민영·정치사회부 차장

  • 승인 2014-03-24 14:09
  • 신문게재 2014-03-25 17면
  • 김민영·정치사회부 차장김민영·정치사회부 차장
40대 산모가 출산을 앞두고 산부인과로 달려왔다. 그 산모는 자연분만의 장점을 알고,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자연분만을 고집했다. 10여시간에 이르는 진통에 들어갔다. 산부인과는 환자를 위해 유도분만제와 각종 자연분만을 위한 검사를 실시했다. 출산까지 병원이 소요한 병원비는 40여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 산모는 10여시간의 진통에도 불구하고 끝내 자연분만으로 아이를 출산하지 못하고, 제왕절개를 통해 아이를 낳았다. 병원은 자연분만을 위해 오랜시간을 소비했지만, 이 비용은 청구할 수 없다. 제왕절개 비용만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과연 병원들이 자연분만을 권장하는 의미일까? 의사들은 의사 면허를 받을때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는 내용이다. 히포크라테스의 정신에 의하면 이 의사는 산모와 자녀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출산을 유도할 것이다.

하지만 건강보험 청구 제도의 문제로 시간과 소요 비용이 한번에 물거품이 될 경우 히포크라테스의 정신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의료보험 제도는 저비용으로 국민 전체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정책이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벤치마킹을 하고 갔던 '대단한'정책이 아닐 수 없다. 미국에서 자녀를 출산하는데 드는 병원비는 자연분만일 경우 2000만원이 넘는다. 우리나라는 50만원 남짓이다.

의료보험 수가는 원가의 70%에 불과하다.

100원에 물건을 구입해 70원에 판매한다는 이야기다. 나머지 수익은 '알아서'챙기라는 의미다. 의사들이 히포크라테스의 정신에 의해 환자를 진료하고 싶지만, 알아서 도둑질 하라는 정부의 정책은 의사들을 떠밀고 있다. 병원들은 하지 않아도 되는 각종 검사 등을 통해 비급여 수익을 챙길 수 밖에 없는 상태다. 이 과정에서 환자들은 의사들에게 불신만 쌓여가고 있다. 30여년간 머물러 있던 의료수가는 이제 의사들이 진료실이 아닌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구실이 됐다.

최근 의사들의 집단 휴진 사태로 국내가 시끌시끌했다. 급한 불은 끈 상태이지만 아직까지 논쟁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의사들이 자신들의 이속을 챙기기 위한 집단 휴진이었다는 곱지않은 시선보다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통한 재발 방지가 중요한 시점이다.

이번 사태에서는 영리병원 반대와 원격진료 반대 등의 명분싸움을 벌였지만, 근본적으로 오랜 시간 곪아왔던 저수가 문제 개선이 필요하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때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