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주영 교육체육부장 |
건양대학이 이번 학기부터 '교수 식당'을 없앴다. 교수들이 학생 식당에서 함께 식사하며 학생들과 좀 더 많은 대화를 해달라는 요구에서다. 시쳇말로 특권 의식에 '쩔어 있는'교수들의 '권위주의 내려놓기'가 한창이다.
김희수 건양대 총장은 '꽁초 줍는 총장'이라 불린다. 처음 총장 부임했을 때부터 '권위적인 것'을 벗어나려고 솔선수범을 보였다. 점퍼 차림에 운동화 신고, 집게까지 들고… 김 총장 지인들은 그를 복서로 치면 전형적인 파이터라고 한다.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그는 '무한 도전'을 즐기고 있다.
논어 옹야편(雍也篇) 18장(章)의 '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락지자(知之者 不如好之者요 好之者 不如之者)니라'가 연상된다.
“도(道)를 아는 자가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가 즐기는 자만 못하다.” 김 총장은 도전을 즐기고 있는 것 아닐까 싶다. 그는 1928년 생이다. 우리 나이로 87세다.
김 총장의 친구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 후배로는 고 정석모 충남지사, 김용환 새누리당 고문 등이 비슷한 또래들이다. '현역'은 김 총장 뿐이다. 누구보다 열정적이다.
2세 경영 얘기가 나오면 답은 늘 이렇다.
“언제까지 총장을 할 거냐고 묻는 질문에 나는 '영원히'라고 답한다. 나는 '인생에 정년이 없다'고 생각한다. '꿈'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희망하고 꿈꾸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아닌가? 살아 있는 동안은 영원히 '꿈'을 꾸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건강이 다하는 날까지 현역이고, 그때까지 하고 싶은 모든 일들을 '꿈'으로 여기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것이다.”
김 총장은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거스 히딩크처럼 항상 배고프다고 한다. 헝그리 DNA가 몸에 배어 있는 것이다. 보통은 그 정도로 성공하면, 노후에는 취미 생활 즐기며 가끔 여행하고 그런 여유 있는 생활을 그리게 되는데 말이다.
'청년 김희수'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50대에는 서울 김안과 병원을 동양 최대 안과병원으로 만들었고 60대에는 건양대와 건양대 병원을 건립했다.
70대에는 위험한 도전, 80을 넘어 90을 눈앞에 두고는 '무한 도전'을 하고 있다.
64세에 건양대를 세운 이유는 젊은 인재 육성이 국가의 미래와 직결된 일이라는 소신 때문이었다.
'지방 대학'의 한계도 김 총장의 앞을 가로 막지는 못했다. '가르쳤으면 책임진다'는 신념앞에 그 누구도 넘지 못할 것 같은 취업률 등 여러 장벽들이 매가리 없이 무너졌다.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창의융합대학'이 무한 도전의 한 아이템이다. 상경대학생이 디자인 공부하고, IT 계열 전공생이 바이오 공부하는 융합 교육이 핵심이다.
4주를 1학기로 년 10학기제를 운영하는 집중교육 시스템이다. 졸업 후 직장에 들어갔을 때 바로 업무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으로 양성하기 위한 김 총장의 야심 프로젝트다.
의사 김희수는 환자를 의술로만이 아니라 마음으로 대하는 의사가 돼 달라고 의료진에게 늘 주문한다.
인술(仁術)이어야지 금술(術)은 안된다는 것이다. 돈벌이의 수단이 돼서는 안된다는 지론이 담겨져 있다.
김 총장의 무한 도전 한 복판에는 소통이 있다.
이 학교 여학생은 '하이힐' 금지다. 구두 굽이 닿는 소리는 강의실이나 특히 도서관에서 엄청난 소음이다.
기숙사와 인근 하숙집을 돌며 학생들의 방과후 생활을 점검하는가 하면 인근 식당주인들에게 1병 이상의 소주를 팔지 말라고 '경고'를 주는 등 교육 현장과 손주뻘인 학생들을 챙긴다.
김 총장은 부모들이 '물질'을 물려주려고 애쓰는데, 그건 부질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한다.
기성세대는 그저 젊은이들이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거울'이 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기성세대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근로자의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늘어난다. 근로자 정년 연장 법안은 이미 지난해 4월 말 국회를 통과했다. 300인 이상 사업장 및 지방공사 등은 2016년 1월부터 60세 정년을 우선 적용하고, 300인 미만 사업장과 지방자치단체 등은 2017년부터 정년을 연장하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정년 연장이 고령화의 저주를 고령화의 축복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하는 시점에서 남 부러울 것 없는 김 총장의 정년 없는 일상을 훔쳐봤다. 나도 이렇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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