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빡머리 남고생, 자유보다 향학열

  • 사회/교육
  • 교육/시험

빡빡머리 남고생, 자유보다 향학열

둔원고 3학년 전원 3부머리 눈길

  • 승인 2014-03-19 13:41
  • 신문게재 2014-03-20 10면
  • 오주영 기자오주영 기자
대전둔원고 3학년생의 '삭발 투혼'이 일선학교와 교육당국의 눈길을 끌고 있다. 둔원고 3학년생 159명(4개 학급) 전원이 학년 시작 직전인 지난 1일부터 하나 둘 머리를 깎기 시작해 다다음 날인 3일까지 모두 삭발을 했다. 빡빡머리에 가까운 추억의 '3부 머리', 7080 학창시절을 연상시키는 헤어스타일을 선보인 것이다.

▲ 둔원고 3학년 학생들이 삭발을 한 채 지난 12일 전국적으로 치러진 고교 학력평가에서  문제를 풀고 있다.
▲ 둔원고 3학년 학생들이 삭발을 한 채 지난 12일 전국적으로 치러진 고교 학력평가에서 문제를 풀고 있다.
이는 이 학교 3학년 남자반 담임들의 학습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이들은 고 3으로 올라가면 학생들의 머리를 3부 머리로 짧게 자르도록 유도하자는데 뜻을 같이했다. 긴 머리는 자유의 상징이기는 하나, 아침마다 머리를 다듬느라고 소요되는 시간이 적지 않고, 수업 시간에도 집중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학생 지도가 어렵기 때문이다.

삭발 조치에 학부모들의 민원도 만만치 않고, 학생들의 불만도 적지 않았으나 학생ㆍ학부모들은 반겼다. 이달 초에는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의 항의도 있었다. 서울교육청의 경우, 2012년부터 학생인권 조례제정으로 학생들의 두발을 완전 자유화했기 때문이다.그 영향으로 대전에서도 빡빡머리를 하고 다니는 학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교사와 학생ㆍ학부모 간 '공감'은 둔원고를 '둔원사 스님'으로 만들었다. 삭발 후 학교 분위기는 크게 변했다. 삭발은 학생들 스스로 향학 의지를 다지는 계기점이 됐다고 한다.'삼삼오오' 모여 '삭발 투혼'을 학업 증진에 쏟자는 결의로 이어졌고, 이전과는 다른 '향학열'이 불타오르게 됐다는 게 권현범 교사( 3학년 3반 담임ㆍ영어)의 말이다.

둔원고 주변 풍경도 달라졌다. 삭발 진풍경이 이어지면서 인근 주민들의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빡빡 머리하면 연상되는 바리캉. 이제는 이발소에서 깎는 것이 아니라 학교와 집 주변의 미용실에서 해 준다.

이 학교 주변 미용사들이 제일 먼저 놀랐다고 한다. 최근들어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단체로 머리를 밀러 온 경우가 없어서다. 머리를 깎고 온 아들의 모습에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반가워 했다. 자신들이 학창시절과 군대 시절 하고 다니던 머리를 연상했고 이를 통해 한때나마 아들과 소통의 시간이 됐기 때문이다.

덩달아 둔원고 1ㆍ2 학년과 인근 둔원중학교 학생들도 '둔원사'스타일의 머리를 따라하는 풍속도가 나오고 있다.

3학년 오명근 학생은 “머리를 기를 수 있는 기회는 많지만 반삭에 가까운 머리를 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라며 “스님이 불공에 정진하는 자세로 학업에 열중하겠다 ”고 환한 웃음을 보였다.

오주영 기자 ojy835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