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교실청소 - 아름다운 배움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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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찬]교실청소 - 아름다운 배움의 길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 승인 2014-03-18 14:05
  • 신문게재 2014-03-19 17면
  •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교실을 아름답고 깨끗하게 꾸미는 일이었다. 교실 바닥을 깨끗하게 쓸고 걸레질을 하여 반질반질하게 윤을 내고 유리창도 닦아 반짝반짝 빛을 낸다. 책걸상도 낡은 곳이 있으면 튼튼하게 손질하고 칠판도 백묵이 잘 써지고 잘 보이도록 수선한다. 교실 뒤편에 있는 게시판에는 몇 구역으로 나누어 거울도 달고 장식물이나 귀감이 되는 시나 그림 등을 그려 붙여서 솜씨 자랑을 한다.

급훈도 다시 써서 태극기와 함께 나란히 걸고, 마음을 새롭게 다진다. 담임선생님들도 학생들과 함께 환경 미화를 하는데 힘을 보탠다. 학교에서는 환경미화 기간을 정하고 심사를 하여 정성껏 꾸민 학급에 상을 주기도 한다. 환경미화 심사가 끝나면 뒷얘기들도 무성하였다. 교실환경을 깨끗하게 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교실바닥 청소를 깨끗하게 하는 일이었다.

얼마전가지만 해도 교실바닥은 나무로 되어있었다. 요즘처럼 물청소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멘트 바닥이 아니었기 때문에 청소하기가 매우 까다로웠고 관솔구멍도 있고 나무가 갈라져 커다란 틈이 생기기도 하였다. 그 틈으로 연필이나 지우개 등 학용품을 빠트리면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 나무 바닥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하여 많은 방법들이 동원되곤 하였다. 물청소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집에서 저마다 마른 걸레와 들기름, 양초, 아주까리(피마자) 열매 등을 가지고 왔다. 우선 거친 교실 바닥을 빗자루로 깨끗이 쓸고 나서 물기를 꼭 짜낸 물걸레로 닦은 다음 물기가 마르기를 기다린다. 저마다 집에서 가져온 들기름이나 양초, 아주까리(피마자) 열매를 바르고 힘껏 문질러서 광을 내곤 하였다. 요즈음 구두 광을 내듯이 반짝반짝할 정도로 여러 번 문질러 닦았다. 들기름이야 액체이기 때문에 그리 힘들지는 않았지만 양초나 아주까리(피마자) 열매는 달랐다. 특히 아주까리 열매는 타원형의 두꺼운 껍질로 싸여져 있어서 한줌을 나무 바닥에 놓고 으깨어 기름을 내서 문질러 광을 내곤 하였다. 양초가 가장 효과적이었는데 양초 또한 지금처럼 흔한 것이 아니었다.

양초 한 도막만 있으면 교실 바닥은 물론이고 교실 앞뒷문과 창문틀에 칠해서 문이 잘 열리도록 하기도 하였다. 양초를 칠하고 교실이나 복도를 문질러 미끄럽게 반질반질하게 칠해서 닦으면 얼음판처럼 미끄러웠다. 교실 앞쪽 문 앞바닥은 더욱 반질거리게 닦아서 선생님들께서 무심결에 문을 열고 들어오시다가 미끄러워 움찔하는 모습에 박장대소 했던 기억들이 새롭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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