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기 편집부국장 |
지난 해 10월 함께 살던 계모의 학대로 8살 이서현 양이 목숨까지 잃은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 줬다. 당시 숨진 이양은 양쪽 갈비뼈 16개가 골절된 상태임이 확인됐다. 특히 부모가 거주지를 옮길 때마다 이양이 아동학대에 시달렸고 그 때마다 사회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음에도 아동학대 사건을 처리하는 제도적 장치 미비와 인식 부족으로 이 양이 끝내 희생된 것으로 밝혀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그나마 제2의 이서현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사건의 전개과정과 제도적 문제점, 개선방안 등을 정리한 '이서현 보고서'가 만들어진 것은 다행스럽다.
아동 학대 피해자의 이름을 딴 '이서현 보고서'는 한국판 클림비 보고서다. 2000년 영국에서 빅토리아 클림비가 아동학대로 숨졌을 때 영국 정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클림비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서현 보고서'에는 아동학대를 처리하는 사회적 무관심과 제도적 미비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특히 울산 조사에서는 초등학교 교사, 학원장, 치료 의사 등 아동학대 신고의무자가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의심사례들이 확인되면서 이 사건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조사 결과 신고의무자 중 단 한 명도 신고의무자 교육이나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받지 않았다.
학원의 경우 본인이 신고의무자인 줄도 몰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서현 보고서'는 개선 필요사항에 “신고의무자 직군 종사자에게 자신이 신고의무자임을 알도록 고지할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고, 각 직군별 신고의무자의 아동학대 징후 관찰과 대응 요령을 배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양 사건처럼 우리나라에서 아동학대 및 범죄가 다반사가 된 건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2001년 2105명이던 아동학대 발생수는 2011년 6058명으로 11년 동안 2.9배 늘어났다. 학대 행위자는 부모가 가장 많았다. 다음은 친(외)조모, 시설 종사자, 친인척, 이웃, 부모의 동거인, 교사 순 이었다. 특히 부모 중에서도 친부, 친모, 계모, 계부 순 이었다. 이렇게 학대 행위자의 80% 이상이 부모이고 정상적인 사람들이다. 단지 소수만이 성격 장애나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아동학대의 원인은 복잡하고 다양하며 학대의 주 가해자가 되는 부모, 학대를 받는 아동, 학대가 발생하는 가정, 사회 요인 등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아동학대의 대부분은 가정에서 비롯된다. 나아가 아동학대는 가정불화로 번져 청소년 범죄가 된다. 청소년 범죄의 수위도 이젠 성인 범죄의 수위와 맞먹을 정도로 심각하다. 가정불화와 아동학대에서 이어진 비극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문제 해결방안의 강화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예방이 앞서야 한다. 우선 아동학대에 대한 부모교육 및 아동시설 종사자의 자질과 교육에 대한 엄격한 심사와 철저한 검증이 이루어 져야 한다. 또 아동대상으로 학대에 대한 인지능력과 방어 및 신고요령에 대한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제2, 3의 피해가 없도록 의심되는 부모나 기관은 즉시 격리시키거나 손을 떼게 한 뒤에 완벽한 조사 후 복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부모 자식의 명령 복종적인 수직적 관계, 가부장적 사고, 내 자식 내 맘대로라는 자식의 소유물화, 유교사상의 그릇된 이해, 때려야 정신 차린다는 절대적인 사고, 체벌의 정당화 등 이런 사고방식들이 개선돼야 한다. 국가는 양육부담으로 인한 아동학대, 방임이 없도록 양육 기술 교육이나, 사회적 지원을 늘려나가야 한다.
정부가 최근 아동학대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한 만큼 정책 효과가 있길 기대한다. 아동학대가 없는 세상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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