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정 과장 |
#사례2. 평소 고혈압, 당뇨로 투약 치료 중인 70대 남자 B씨. 아침마다 운동을 하며 건강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걸어가는데 머리가 핑 돌듯이 어지러웠다. 어지럼증이 심하지는 않았지만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고 팔다리의 힘이 없는 증상이 있었고 걷기가 힘들어 자리에 누워 쉬었다. 어지럼증은 5분 정도 뒤에 호전됐다. 이후에는 평소와 같이 증상이 없었다. 요즘 빈혈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그래서 어지러웠던 것으로 생각하고 병원에 가지 않았다.
위의 두 사례 모두 평소에는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어지럼증이 발생한 경우로 주변에서 종종 접할 수 있다. 두 사례의 차이는 무엇일까? 어지럼은 두통과 함께 신경과 외래의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이다. 특히 75세 이상 노인에서는 약50% 이상이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있어 의사를 찾는 가장 흔한 원인이 된다.
어지럼증이란 공간감각의 이상이 느껴지는 상태이다. 우리 몸은 시각, 체성 감각, 전정 신호를 뇌에서 통합해 중심을 유지하는데, 이 균형이 깨지게 되면 어지럼증이 발생하게 된다. 어지럼증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은 크게 말초성 질환, 중추 신경계 질환, 심혈관계를 포함하는 내과적 질환, 정신과적 질환으로 나눌 수 있다.
말초성 어지럼증은 세반고리관의 일시적 이상으로 심한 어지럼증, 구토 등이 발생하는 것으로 양성 돌발성위치성현훈증, 청력소실을 동반하는 메니에르 병, 전정신경염 등이 흔한 원인이다. 중추성 어지럼증은 뇌혈관계 특히 뒷골로 올라가는 추골 기저동맥계의 이상으로 뇌혈류가 부족해 발생하는 추골기저동맥뇌허혈증, 소뇌 및 뇌간의 뇌졸중, 뇌종양(특히 전정신경에서 발생하는 신경초종), 편두통과 관련된 어지럼증, 자율신경 기능 부전증, 간질 등이 있다.
말초성 어지럼증은 어지럼 자체는 심해도 비교적 양성의 임상경과를 갖는 반면, 소뇌의 출혈이나경색 등에 의한 중추성 어지럼증은 수술이나 집중치료가 필요한 경우가있어 반드시 감별을 요한다. 그 이외의 과도한 자율신경 반사에 의해 갑자기 뇌혈류가 부족하여 발생하는 실신증, 심장질환, 당뇨병의 저혈당, 드물게 빈혈 등이 있으며, 불안증, 과호흡증, 우울증 등의 정신과적 문제에 의해서도 어지럼증이 발생한다.
앞선 사례를 다시 살펴보면 <사례1>의 경우는말초성 어지럼증 중에서양성 돌발 체위 현훈을 의심해 볼 수 있는 병력이고, <사례2>의 경우는중추성 어지럼증 중에서 척추뇌저동맥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는 병력으로 반드시 병원에 내원하여 진찰 및 치료가 필요한 경우다.
하지만 중추성 어지럼이 말초성 어지럼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어지럼증이 발생한 경우에는 병원에 내원하여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또한 고혈압 및 당뇨병과 같은 뇌졸중의 위험인자를 가진 노인연령층에서 어지럼증이 발생한 경우, 수분미만에 어지럼증이 저절로 사라지는 경우, 재발하며, 점점 증상의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 체위 변동에 관계없이 고개를 좌우로 돌릴때만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경우, 심한균형장애를 동반하는 경우, 구음 장애, 사지에 힘이 없는 경우, 복시 등 신경학적인 이상이 동반된 경우는 중추성병변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어지럼으로, 진료 후 뇌자기공명영상과 같은 뇌 영상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어지럼증이 갑자기 발생하는 경우에는 당황할 수 있지만, 증상 초기에 병원에 내원해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 적절한 치료 및 운동을 시행하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다만 검사를 시행해도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지만 이러한 경우는 악성 경과의 가능성이 적으므로 어지럼증이 발생한 경우에는 그냥 지나치지 말고 정확한 진단 후 치료에 임해야 할 것이다.
대전웰니스병원 김현정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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