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곡선]안희정이 바라보는 '통합신당'

박태구·내포본부 차장

“대통령 선거를 위해 정당을 만들었다가 임기가 끝나면 유야무야되는 방식은 사라져야 한다. 민주주의 정당은 주권자에게 신뢰를 얻는 만큼 발전한다. 신뢰를 받으려면 부동산 투기꾼의 '떴다방' 같은 정당 정치를 해서는 안된다. 1948년 이후의 우리나라 정당사를 도표로 그려보면 A4 용지로 8장이나 된다. 우리나라가 그만큼 정당 민주주의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60년 정치사에 정당 이름만 8장인 나라에서 어떻게 성숙한 민주주의를 기대할 수 있을까?

정당 민주주의의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여당 정치인들은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지면 항상 새로운 간판을 찾는다. '국민의 정부(김대중 정부)'말기에는 당 중진으로 장관까지 지냈던 사람이 아예 태생이 다른 정당으로 이적하는 경우도 있었다. 참여정부 말기에도 예외 없이 탈당과 창당이 계속되었다.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졌다고 그 당을 나와 새롭게 당을 만드는 정치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뢰를 얻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2004년에 천막 당사로 옮겨 가면서도 차떼기 이미지가 있는 정당의 간판을 끝까지 고수했다는데 있다. 자신들이 만들어낸 대통령이라면 당과의 갈등이 있거나 국민의 지지도가 떨어져도 한배를 탄 정권인 만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얼마 전 펴낸 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시작입니다라는 책 내용의 일부분이다. 안 지사는 이 책에서 당의 지지율이나 인기가 떨어졌다고 해서 당의 간판을 바꾸거나 당을 떠나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이 시대 정치인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그만큼 정당의 정통성과 역사성의 중요함을 강조한 것.

이런 정치적 신념을 가진 안 지사가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추진하는 '통합신당'을 과연 반길까?

위에서 제기한 '정당 정치론'으로 보면 일단 부정적이다. 바닥인 당 지지율 회복을 위해 새로운 세력과 힘을 합치는 모습은 동의할 수 있다.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과 대결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필요한 전략이기 때문.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새로운 당을 창당하는 것은 쉽게 납득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 안 지사가 안철수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 중앙위원장의 민주당 영입에 공을 들여왔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부정적인 요소는 또 있다. 차기 대권 도전을 꿈꾸는 안 지사로선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과정에서 일어날 당내 지형변화가 달갑지 않다.

당장 도지사 재선 도전에는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몰라도 김한길 대표-안철수 위원장 주도의 야권통합은 향후 대선 후보 경쟁에서 안 지사를 비롯한 친노 세력이 밀려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당 정치'를 표방하는 안 지사의 행보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