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교사를 맡을 경우 신경 쓸 일 많은 탓에 다른 교사들이 안하려고 버틴다는 것이 이유였다.
울며 겨자 먹기로 보직을 맡았지만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담임을 맡았던 B씨는 올해도 담임을 맡아달라는 요구를 거절했다. 그동안 담임을 보람으로 생각해왔지만, 지난해 반 아이들이 학교폭력 사건에 휘말리면서 지옥 같은 한 해를 보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선 학교들이 생활 전반을 담당하는 학급 담임과 생활지도 교사 기피 현상이 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학교폭력과 교권침해에서부터 각종 평가와 잡무 등에 이르기까지 어려운 현실이 계속되고 있지만, 교사의 책임만 강조하는 교육풍토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담임교사가 학교폭력 예방과 학생지도, 입시상담 등은 물론 보충학습을 해야 하는 등 과중한 업무부담으로 인해 최근 몇 년 전부터 교사들 사이에서 담임교사 자리를 기피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또한, 학부모들 사이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교사 책임을 묻겠다는 움직임이 확산되자 교육현장의 교사들은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생활지도부장, 생활지도부 교사를 구하지 못해 애만 태우는 학교도 부지기수다.
대전의 한 고교 교감은 “학생부장은 가장 기피하고 서로 안 하려고 한다”며 “학생들이 예전처럼 선생님 말을 듣지도 않고, 언제 어디서 사고 칠지 몰라 심적 부담이 많은데 누가 고된 업무를 맡으려고 하겠냐”고 말했다.
정규교사들의 담임직 기피 현상이 나타나면서 결국 학교에서 '을'의 입장인 기간제 교사들이 힘든 담임 업무를 떠안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간제 교사 김모씨는 “담임 업무도 많고 요즘 학생 생활지도가 어려워 선생님들이 담임을 맡으려하지 않는다”며 “오랫동안 한 학교에 근무한 정규 교사들도 생활지도가 쉽지 않은데 기간제 신분으로는 담임을 맡기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일선 학교에서는 담임교사를 맡은 교사들의 교육행정업무를 덜어 주기위해 보직교사 가산점을 비롯해 담임과 비담임 교사의 업무를 분장토록 권장하고 있으나 확산되는 담임교사 기피현상을 막지는 못하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아무래도 보직교사, 생활지도 부장들은 학교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업무가 많다”며 “보직을 맡는 교사에게는 승진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배재정(민)국회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기간제교사 담임 학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시·도 교육청별 기간제 교사가 담임을 맡은 비율은 울산 18%, 광주 16%, 부산·인천·제주·대전 15%, 서울·대구·충북·경북 13% 등으로 나타났다.
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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