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잇따라 뇌물수수 사건을 기소하고 항소하며 범죄 입증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좀처럼 법원의 설득을 얻어내지 못하는 형국이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원범)는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 6월과 벌금 2300만원을 선고받았던 세무공무원 안모(46)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6월과 집행유예 1년, 벌금 600만원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1심 판단과 달리,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안씨는 2010년 10월께 서산의 한 석유정제회사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를 잘 처리해준 것에 대한 사례 등 명목으로 2000만원을, 이 회사 고문 세무사로부터 300만원을 각각 받은 혐의 모두에 대해 1심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2000만원 수뢰부분은 사실이 아니라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안씨보다 직급이 높은 세무공무원들에게 200만~400만원을 건넸지만, 안씨에게 2000만원을 줬다는 석유정제회사 회장 진술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또 이미 고문 세무사에게 공무원 로비를 기대하면서 2750만원을 준 뒤, 별도로 안씨에게 돈을 건넸다는 것도 매우 부자연스럽다”고 밝혔다. 직접적인 증거는 석유정제회사 회장의 진술이 유일하다는 점도 들었다.
재판부는 뇌물 공여자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공여자 진술에 신빙성이 있어야 하고 신빙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진술 자체의 합리성, 일관성 등뿐만 아니라 그의 인간됨, 특히 그의 범죄 혐의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인 경우 궁박한 처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등도 살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앞서, 지난 1월 주유소 업자로부터 '단속정보를 알려달라'는 부탁과 함께 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 2월과 추징금 2000만원을 받았던 김모(57) 한국석유관리원 감사실장도 “주유소 업자 진술의 신빙성에 의심 가는 정황이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피고인이 뇌물을 받았다는 점이 확신에 이를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무죄사건이 많다기 보다는 법원 인사철이라 재판부가 교체되면서 선고가 몰려서 그렇게 인식되는 측면도 있다”며 뇌물사건의 특성상 공여자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경우가 다반사다. 무죄 판단이유를 면밀히 분석해 공소유지에 더욱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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