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월사금(月謝金) - 어려운 추억속의 학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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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찬]월사금(月謝金) - 어려운 추억속의 학비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 승인 2014-03-04 15:43
  • 신문게재 2014-03-05 17면
  •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이제 봄기운이 서서히 무르익어 가고 있다.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고 꽃봉오리들도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한다. 이맘때쯤 이면 졸업이나 입학이다 분주하다. 학부모들은 예나 지금이나 학비를 마련하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어렵게 합격은 했으나 학비가 없어 진학을 포기하는 학생들도 있다. 한편에서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성금을 모으기도 한다. 요즈음은 등록금이 익숙한 말이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월사금이나 사친회비라 하였다. 월사금이란 다달이 학교에 내는 학비를 이야기하였다. 사친회비도 마찬가지로 월사금의 다른 말이었다. 기성회비나 학교운영지원비와 비슷한 성격의 학비였다.

요즈음 아무리 가정형편이 좋아졌다 하더라도, 아무리 적은 액수의 학비라도 학교에 제때에 내기 어려운 가정들이 있듯이, 얼마전까지만 해도 월사금이나 사친회비를 내기 어려운 가정들이 많이 있었다. 도시에서는 조금 덜 했지만 농촌에서는 많이들 그랬다. 월사금을 낼 때가 되면 부모님들은 안절부절 못하였다. 월사금을 장만하느라 이집 저집 돈을 구하러 다녔다. 집에 있는 곡식이나 채소, 닭, 달걀 등 돈이 될 만한 것들을 장날에 내다 팔아서 돈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이래저래 해도 돈을 마련하기 어려워 돈을 내야하는 정해진 날짜를 지키기가 어려웠다. 돈을 마련하기 어려운 학생들이 많은 학급의 담임선생님은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월사금을 제때에 낼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독촉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교무실 칠판에는 학급별로 월사금을 낸 학생들과 못 낸 학생들의 숫자를 하루하루 막대그래프로 비교하여 그려놓곤 하였다. 담임선생님들은 월사금 독촉을 전체적으로 하다가 어느 정도 납부가 되면 나머지 못 낸 학생들을 불러다가 며칠까지 돈을 낼 수 있는지 다짐을 받기까지 하였다. 집으로 돌아온 학생들은 집안 사정을 뻔히 알기 때문에 부모님께 월사금 이야기도 못 꺼내곤 했던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몇몇 아이들의 월사금은 담임선생님이 대신 내어주시기도 하였다. 더욱이나 새 학년으로 진급하거나 졸업할 때쯤이면 더욱 그랬다. 밀린 월사금을 내지 못하면 진급이나 졸업이 미루어 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월사금을 독촉하는 담임선생님이 야속하기도 하고 원망스러웠지만 커가면서 담임선생님의 고충도 매우 컸음을 깨닫게 되었다. 매일매일 불러서 월사금 낼 날짜를 다짐받던 어느 선생님의 별명을 고무줄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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