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성]의원님, 정치적 추진력과 배짱부터 배우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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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성]의원님, 정치적 추진력과 배짱부터 배우시죠

[중도시평]박기성 논설위원

  • 승인 2014-03-04 14:24
  • 신문게재 2014-03-05 16면
  • 박기성 논설위원박기성 논설위원
▲박기성 논설위원
▲박기성 논설위원
# 공들여 찍은 사진 한 컷이 무척 아쉽기만한 사람들이 있다. 불과 일주일 전이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은 대전시당 창당 발기인대회가 열리는 대전시 서구 오페라웨딩에서 6·4지방선거에 출마를 꿈꾸는 예비 후보자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었다. 이날 길게 줄을 서는 수고도 마다않고 선거에 이용할 사진 한 컷을 찍은 후보자들의 미소가 지금도 생생하다. 그런데 불과 며칠 새 그 의미가 날아가 버린 것이다. '정치가 다 그렇고 그런 거지 뭐'라고 위안을 삼기에는 너무 허탈하다. 그래도 새정치를 한다는 안철수가 아니었던가. '안철수'와 '새정치'라는 두 단어를 깃발삼아 더러는 정당을 갈아탔고, 더러는 처음 올라탄 정치판이 아니던가.

#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이 지난 2일 국회 사랑재에서 신당 창당을 선언한 것이다. 보수와 진보 싸움에 지친 나머지 새정치연합의 새정치 실험에 기대를 걸고 있던 상당수 유권자들은 멍하니 지붕만 쳐다보는 꼴이 됐다. 이번 합당이 이처럼 급작스럽게 이루어진 이유는 안철수 의원의 자신감 없는 정치 행보와 김한길 대표의 구석으로 몰리는 정치행보가 결정적 원인이었으리라. 안철수 의원은 불과 몇 달 전 만해도 광주 등 호남권에서 자신들이 민주당을 앞서는 여론조사에 고무됐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민주당에 뒤지는 형세에 난감해했다. 게다가 6·4지방선거에 내세울 만한 후보들이 마땅치 않은 모양새마저 드러냈다. 새정치에 걸맞은 참신한 인재가 모여들지 않는데 고민해왔던 것이다.

# 그동안 친노그룹으로부터 2선 후퇴를 요구받아온 김한길 대표 역시 이번 신당 창당을 깜짝 선언함에 따라 궁지에서 벗어날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김 대표와 안 의원이 앞으로 각을 세우고 있는 친노와 화합을 이끌어내면서 '연합세력'을 유지해나갈지는 사뭇 미지수다. 내부적으로 잘 마무리돼 통합 신당 창당에 성공한다하더라도 안철수 의원에게 얼마나 득이 되는 통합 신당 인가는 쉽게 예단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그의 정치적 이미지에 이번 신당 창당 선언이 적지 않은 흠집을 남기는 거사(?)였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 이번 통합신당 추진에 대해 새누리당은 '자력갱생이 불가능한 급조 신생 정당과 제 1야당의 야합'이라 논평했는데 상당수 국민의 이미지 속에도 고스란히 와 닿는 말이다. 정치에 발을 내민 안철수라는 인물이 국민들에게 참신하게 느껴졌을 때는 뭐니 뭐니해도 서울시장 보선 당시였다. 박원순 후보에게 서울시장 자리를 양보할 때와 그 이후 지난번 대선 전까지 그 참신함과 국민적 열망은 유효했었다. 그러나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양보하는 과정에서의 애매모호한 결정과 행동 이후 안철수라는 인물에 대한 국민적 열망은 처음의 그것과 사뭇 달랐다.

# 게다가 이번 통합신당 추진으로 일부 정치권에 혼란마저 가져왔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마저 싫다며 안철수의 새정치연합에 몸을 담고, 지방선거를 준비 중이던 많은 예비 후보자들을 말 그대로 '멘붕'에 빠뜨린 것이다.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이 지난 1월 21일 제주에서 창당 선언을 한지 꼭 40만에 막을 내린 것이다. 안철수 식 새정치의 대의명분이 퇴색해버리는 순간인 것이다. 이번 민주당과의 신당 창당에 나선 안철수 의원을 보면서 머릿속에 맴도는 의구심 하나는 '그의 정치력은 어느 정도인가?' 하는 점이다. '그가 과연 험난한 정치무대에서 새로운 정치를 실험할 뚝심이 있을까'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 새정치연합이 다소 미약하더라도 새정치를 실험하기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좀더 국민 앞에 보여줬어야 했다. 특히 기존 정당정치에 신물이 난 많은 국민들에게 새로운 정치모델을 조금이라도 선보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민주당과의 신당 창당은 그 이후에 이뤄졌어야 더 극적이며 성공적일 수 있다. 서둘러 진행된 민주당과의 신당 창당으로 그의 화두인 새정치는 대단원의 막이 내려진 꼴이다. 안철수 의원과 사진 한 컷 찍은 뒤 희망에 들떠있던 예비 후보자들의 6·4지방선거 출마의 꿈도 함께 흐려진 셈이다. 새정치연합의 종언을 지켜보면서 그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 한 마디가 떠오른다. '의원님, 정치적 추진력과 배짱부터 배우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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