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물사용량 줄이기 '헛구호'

지자체, 재정난에 임시방편 급급… 홍보부족 탓 민간도 설치 꺼려

●절수설비 의무대상 확대시행 10개월째

수도법 개정에 따라 절수설비 및 절수기기 설치 의무대상이 확대 시행됐지만 홍보 미흡과 예산 부족으로 실적이 저조한 형편이다.절수설비 및 절수기기 설치는 학교, 관공서, 지자체가 관리하는 공중화장실이나 공공체육시설 뿐만 아니라 목욕업, 숙박업 등 민간시설까지 모두 포함하지만 정확한 현황 파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3일 대전시와 자치구 등에 따르면 물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절수설비나 절수기기 설치 의무대상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수도법이 2011년 11월 개정됐고, 법 공포에 따른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해 5월 14일부터 본격 적용됐다. 양변기는 1회당 사용 수량이 15ℓ에서 6ℓ, 소변기는 4ℓ에서 2ℓ로 강화됐다. 수도꼭지 및 샤워헤드는 1분당 배출되는 최대 수량이 7.5~9.5ℓ에서 5~7.5ℓ로 조정됐다.

최대 공급수압이 98㎪ 미만인 경우 해당되지 않지만 지하수 등 용수에 상관없이 적용된다. 관련법에 따라 학교는 물론 지자체가 관리하는 공중화장실, 공공체육시설 등에는 물 절약을 위한 절수설비나 절수기기를 설치해야 한다. 신축되는 민간 건물 뿐만 아니라 기존의 목욕탕과 10실 이상의 숙박시설도 절수설비를 설치해야 하고 미설치시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문제는 예산이다.지자체는 복지예산 증가로 신규 사업은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고, 시에 특별교부금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 요청할 정도로 재정난을 겪고 있다.수도법 개정에 따른 절수설비 설치는 이해하지만 여건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환경부 지침상 공중화장실 양변기 등에는 물 절약이 가능한 물병이나 벽돌도 인정돼 임시방편으로 조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간이 신축하는 건물은 절수설비를 갖추지 않으면 준공 승인이 나지 않아 울며 겨자먹기로 설치하고 있지만 목욕업이나 숙박업 등 기존 민간시설도 별도의 예산을 들여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공시설물의 경우 일부는 절수설비나 절수기기가 설치됐지만 아직 상당수는 예산확보가 안 돼 임시방편으로 조치된 실정이다.

더욱이 민간시설물은 관련법의 홍보도 미흡한데다 별도의 예산이 필요해 설치를 꺼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절수설비 미설치시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만큼 이에 따른 민원 발생도 우려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아직 환경부에서 임시방편 조치를 인정하고 있지만 예산수립 후 절수설비 및 절수기기 설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자치구는 공중화장실과 체육시설에 대해 절수설비 및 절수기기 설치 예산 확보를 적극 추진토록 유도하고, 민간시설의 경우 과태료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절차 이행 홍보에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