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왜곡이란 특별한 것에만 있지 않다. 법률에 근거한 기준에 따라 반민족행위자로 확정된 채 국립묘지에 안장된 사실 또한 그 표본적인 사례다. 반짝 하루 태극기 게양과 기념식 엄수만으로 선열에 대한 도리를 다했다고 믿는다면 착각이다. 우선 후손 된 도리가 아니다.
게다가 얼마 전부터 서울현충원의 장군묘역 공간 부족으로 대전현충원에 주로 안장돼 왔다. 이 가운데는 반역사적인 12·12 사태 적극 가담자까지 포함돼 더욱 부끄럽게 한다. 국립묘지의 엄숙성, 영예성을 생각하기 전에 이로 인해 진정한 애국이 대전현충원에서부터 빛바랜다면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시민사회단체가 청원하고 기념일마다 시위를 벌이기 전에 정부와 국회가 먼저 국립묘지 안장 실태를 파악해 제자리로 되돌려야 한다. 물론 앞으로 반민족행위자나 반민주적인 범법자 등은 애초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또한 발의된 법률 개정 등 입법을 통해 유족의 동의 없이도 이전을 강제해야 마땅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 백범 암살 배후의 묘를 파내라고 대전 시민사회단체가 시위하는 모습을 자주 지켜봤다. 1년 전 3·1절에도 정부는 “신명을 바친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예우에 추호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전현충원에 묻힌 반민족행위자 문제 처리가 ‘정부 차원에서 각별히’ 챙길 일의 첫 번째다. 안장 자격이 박탈됐는데 신성한 국립묘지에 그대로 존치되는 한 결코 역사는 바로설 수 없다.
만일 독립군 소탕에 앞장서고도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면 A급 전범이 안치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어찌 우리가 당당히 비판할 수 있는가. 친일파와 애국자가 구별 안 된다면 일본 전범을 ‘쇼와(昭和) 순난자(殉難者)’로 기리는 것이나 무엇이 크게 다른가. 독립운동가들을 제대로 예우하기 전에 비뚤어진 역사부터 정립해야 한다. 제발 애국영령을 그만 욕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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