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청 지하1층 주차장의 내포그린자전거 대여소에 160여대의 자전거가 수개월째 먼지만 가득 쌓인 채 보관되고 있다.
내포=박갑순 기자 photopgs@ |
26일 오후 충남도청사 내 지하 1층에 마련된 그린자전거 대여소. 160대의 자전거가 잘 정돈돼 세워져 있다. 마침 한 여성이 자전거를 타고와 대여소에 자물쇠를 채우고 청사로 들어갔다. 자전거를 대여해 내포신도시를 한 바퀴 돌아보고 싶었지만 문의할 사람이 없어 주위만 두리번거릴 수밖에 없었다.
대여소 옆 안내판에는 도청 및 도의회 직원, 도의원만 이용이 가능하다고 표시돼 있다.
대여 장소로 기재돼 있는 체력단련실을 찾았다. 기본 대여기간은 6개월이고 조기반납이 가능하다는 설명은 있었지만 막상 자전거 대여를 시도하니 표지판에 기재된 대상자 외에는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자전거 관리 직원에게 사정을 들어보니 지난해 8월 농협(100대)과 하나은행(60대)으로부터 160대의 자전거를 기증받아 부서별로 할당해 청사 주변에 사는 직원들에게만 임대해 주기로 운영방침을 정했던 것.
자전거의 일반인 대여가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도청의 장인 도지사가 선출직이어서 무료임대는 선거법위반이라는 설명이다.
기증은 둘째치더라도 소액의 임대료를 받거나 위탁운영 등의 방법을 문의했지만 난색을 표했다. 임대료가 발생하면 회계처리 등 절차가 필요하게 되고, 이용률이 많아지면 관리자가 업무에 지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위탁운영을 하자니 자전거 운영대수가 너무 작아 수익성도 없고, 운영자를 찾기도 어렵다는 답변이다. 때문에 기증 받은 자전거를 부득이하게 부서별로 할당해 도청 주변에 거주하는 공무원들에게 나눠준 셈이다.
그러나 내포신도시의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해선 내포그린 자전거의 이용대상을 도청 직원으로 한정 짓지 말고 내포 주민들에게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내포신도시 입주민 김모(42)씨는 “출ㆍ퇴근 시간 외에는 항상 대여소에 세워져 있는 그린자전거를 활용할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주민에게 개방하고 덕산과 삽교, 홍성까지 자전거 도로연결에도 신경쓴다면 자전거가 내포의 주요 교통수단이 될 것”이라 말했다.
실제로 충남의 한 지자체에서는 과거 주민확인 여부만 거쳐 자전거 임대정책을 시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자전거도로 확충도 시급한 문제다. 현재 내포신도시의 자전거도로는 31.4㎞가 완성됐다. 이는 전체 70.1㎞의 계획 중 절반에 가까운 조성률이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내포를 돌아본 주민들은 중간 중간 자전거 도로가 끊기거나 차선이 줄어드는 부분에서 인도조차 없어 자전거를 타기가 위험하다는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정확한 조례나 규정이 없어 타 시·도의 사례를 바탕으로 자전거도로를 완성하는 것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조만간 보완절차에 들어갈 것이다”고 말했다. 자전거 대여에 대해서는 “직원복지용이고, 직원들이 이용하기에도 부족하다”며 “도의원은 공직자이기 때문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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