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종시를 찾아 한의원과 미용실 등 부족한 생활 인프라 상권 공략에 나선 이들 상당수는 상가 분양가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체감 분양가는 이미 대전과 충북·충남 등 인근 지역 상가 분양가를 넘어섰고, 심지어 강남 상가 분양가에 육박하는 수치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문제의 발단은 현행 상업용지 공급 방식에서 시작한다. 최고가 낙찰제는 가장 돈을 많이 써낸 사람이 낙찰받는 방식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초기 산정한 공급 예정가는 최대 평균 159%까지 상승했다. 개별 필지 거래로 보면, 예정가보다 2배(200%) 이상 금액으로 낙찰된 용지도 적잖다.
현재 LH가 추산한 상업용지 공급 예정가 총액은 1조297억5400만원으로, 이에 기반한 최고가 낙찰 총액은 약2883억3100만원을 추가한 1조3180억8500만원에 이른다. LH는 조성원가를 토대로 일정 수익을 고려해 산정한 공급 예정가만으로도 밑지는 장사를 안하는데, 최고가 낙찰가라는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국토해양부 등 정부와 정치권 모두 최고가 낙찰제의 불합리성을 모르는 바 아니다. 최근 정부 조사에서 재확인한 대로, LH의 경영난 해소 차 제도 부작용을 묵인하고 있는 단면이다. LH는 현재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부채 규모의 64% 수준인 142조원을 떠안고 있다. 실제로 이 같은 문제를 꾸준히 지적했던 민주당 박수현(공주) 의원도 최고가 낙찰제의 불가피성을 일부 인정했다.
LH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 제도없이 공기업 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항변도 한다. 최고가 낙찰제로 시작된 문제는 용지를 분양받은 민간 업자를 거치며 한 단계 증폭된다. 낙찰받기 위해 남보다 많은 금액을 써내다보니 무리수가 발생하고, 그 무리수는 결국 상가 분양과 함께 자신의 생업을 유지하려는 실수요자들의 이중 부담으로 이어지는 구도다.
실제로 첫마을 인근 주요 상가들과 정부세종청사 주변에 들어선 상가들의 분양가는 이 같은 사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3.3㎡당 토지 낙찰가격에 건축가격을 더한 분양가가 무려 3배에서 7배 가까이 뛴 모습은 세종시 초기 부동산 시장의 현주소다. 수요자들 입장에선 세종의 장밋빛 미래 기대감과 함께 울며 겨자먹기로 입점에 나서고, 민간 업자들은 이 같은 심리와 넘쳐나는 수요를 적절히 잘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악순환은 물가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적잖은 시민들이 비싼 물가에 대전 노은·반석 상권을 이용하면서 일부 업주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권일국(38·논산)씨는 “고향이 대전이고 가족 일부도 세종으로 이사오면서, 세종에 한의원 개점을 고려했다”며 “하지만 상가 분양가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마음을 접었다”고 전했다.
이모(33·대전)씨는 “상가 분양가 자체도 비싸지만, 최근 이곳 사람들이 머리를 하러 노은·반석 등 대전으로 넘어온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상가들이 많이 생겨서 가격 거품이 많이 빠져야할 것 같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LH 관계자는 “상가 분양가가 도를 넘어 비정상적 상태로 흐르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며 “현행 최고가 낙찰제 개선은 쉽지않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해치면서 건전한 상권이 형성될 수있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세종=백운석·이희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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