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중된 자본·권력 '국토 불균형' 불러

수도권 집중된 자본·권력 '국토 불균형' 불러

입지보조금 단계적 폐지 등 수도권 규제완화 추진 중 1119개 사무 즉각 지방이양 등 자생력 확보 나서야

  • 승인 2014-02-25 14:23
  • 신문게재 2014-02-26 10면
  • 강제일·박수영 기자강제일·박수영 기자
●[국가균형발전 대토론회]중도일보-배재대 자치여론연구소 주관

전국균형발전 지방정부협의회가 주최하고 중도일보와 배재대자치여론연구소가 주관한 '국가균형발전 대토론회'가 24일 배재대 21세기관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경제 및 정치권력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참석자들이 입을 모았다.

또 수도권-지방 세수 격차를 줄일 대책과 지방정부로의 권한 이양, 비수도권 자체적인 역량 강화, 지역 인재 육성 등과 관련한 각계의 제언이 쏟아졌다. 다음은 토론회 주제발표자로 나선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와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의 주장을 요약했다. <편집자 주>
▲ 전국균형발전 지방정부협의회가 주최하고 중도일보와 배재대자치여론연구소가 주관한 국가균형발전 대토론회가 24일 배재대 21세기관에서 열려 토론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신동호 한남대 교수, 조명래 단국대 교수, 나소열 서천군수, 최호택 배재대 교수, 금홍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정책위원장, 최충식 중도일보 논설실장. 
<br />이성희 기자 token77@
▲ 전국균형발전 지방정부협의회가 주최하고 중도일보와 배재대자치여론연구소가 주관한 국가균형발전 대토론회가 24일 배재대 21세기관에서 열려 토론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신동호 한남대 교수, 조명래 단국대 교수, 나소열 서천군수, 최호택 배재대 교수, 금홍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정책위원장, 최충식 중도일보 논설실장.
이성희 기자 token77@


-주제발표:수도권 규제완화의 문제점과 대응방안
최호택 교수(배재대 행정학과)


▲ 최호택 교수
▲ 최호택 교수
▲수도권 집중 실태=2012년 수도권 인구 집중은 49.44%로 이는 1995년 44.15%에 비해 5.29%p 상승했다. 같은기간 수도권 출생률 감소(1.71%→1.24%), 수도권 취업자 중 대졸 비율 급속한 상승(21.07%→44.92%)을 고려할 때 수도권 인구집중은 지방의 고급노동력 이주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활동과 자본 집중은 인구집중보다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2011년 현재 수도권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은 47.19%, 기업체수는 47.33%, 제조업체수는 50.79%에 달한다. 2012년 은행예금 71.07%와 은행대출 68.36%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1995년과 비교할 때 경제 및 자본의 수도권 집중도는 제조업체수를 제외하고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복지 및 공원 등 새로운 복지인프라의 수도권 집중 현상도 심각하다.

2012년 사회복지시설 64.37%, 공원면적의 39.11%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7년 전과 비교해 보면 사회복지시설 수도권 집중도는 34.62%p, 공원면적의 경우 8.68%p가 늘어난 것이다.

자본집중 현상과 더불어 권력 집중 현상도 눈에 띈다. 현재 수도권 국회의원 비중은 전체의 45.71%인데 인데 이는 1995년에 비해 12.51%p 높은 것이다. 수도권 규제정책에도 수도권 집중현상은 현재 진행형으로 확대, 강화되는 추세다.

특히 자본과 권력의 수도권 집중을 방치할 경우 향후 이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고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고착화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MB, 박근혜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내용=MB 정부 시절인 지난 2008년 10월 수도권 규제의 핵심 조치인 '국토이용효율화방안'이 발표됐다.국토이용계획체계개편, 용도지역제도의 통합 단순화, 농지 및 산지이용규제, 환경영향평가 절차 축소 등 친기업적인 토지이용규제완화가 시행됐다.

또 수도권 규제시책의 무력화를 위한 전반적 규제완화 조치도 있었다. 공장총량제 적용대상이 200㎡ 이상에서 500㎡ 이상으로 축소됐고 성장관리구역내 산업단지 및 공업지역 입지가 허용되면서 연관 중소기업 수도권 집중이 심화됐다. 첨단입지 허용업종 14개가 96개 업종으로 늘어나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기술격차가 심화했으며 지방첨단업종의 수도권 '역류' 현상도 빚어졌다.

자연보전권역 입지규제 완화와 수질오염총량제 범위 내 공장건설, 도시개발, 관광지 조성 등이 허용됐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와서도 전 정권 때와 유사한 규제완화 조치가 지속 추진됐다. 입지보조금의 단계적 폐지와 투자보조금 지원율 상향 조정이 기획재정부에서 논의 중이다.

또 지난 2004년 도입된 수도권 기업의 지방이전 입지보조금 단계적 폐지가 논의가 시작됐다. 수도권 규제완화를 염두에 둔 도시첨단산업단지 확대 조성이 추진 중이다. 수도권 내에 미니 외국인투자단지를 지정할 수 있는 최소단위면적이 33만㎡에서 8.25만㎡으로 4분의 1수준으로 완화됐다.

아울러 수도권정비계획법 규제 완화, 주한미군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 등에 따라 비수도권대학 수도권 이전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2013년부터 오는 2017년까지 지방 7개 대학이 수도권으로 이전했거나 이전을 앞두고 있다.

▲수도권 규제 완화 대응방안=수도권 규제 대상이 현행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산업으로 변화돼야 한다. 기존 제조업의 입지규제만으로는 수도권 집중을 완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시 금융중심지구내 금융업소에 대해 과밀부담금을 면
제하는 것은 수도권 과밀방지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지방의 자생력 확보에도 나서야 한다. 이는 실질적인 지방분권과 지방재정력 강화가 뒤따라야 한다. 지방이양이 이미 결정된 1119개 사무의 즉각적인 지방이양 시행 및 지방이양 일괄법을 통한 지방정부 권한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

이와 함께 해당 재원도 지방으로 동시에 이양돼야 한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조정하고 지방소비세 확대와 지방법인세 도입 등으로 지방정부 재정자립도가 수도권 지자체와 유사한 수준으로 개선돼야 할 것이다. 지방이전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도 필요하다. 지역의 혁신거점을 구축하는 한편,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에 한해 5년간 지방세를 감면해주는 등의 세제 인센티브가 확충돼야 한다.

지방금융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별로 벤처캐피털 등을 조성, 지방의 기업활동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지방 인재 육성도 시급하다. 지방대가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제한하는 한편, 지역인재 할당제 및 채용장려제 확대가 필요하다.

정치적인 노력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수도권의 정치적 의사결정권 집중을 방지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현행 인구비례로 국회의원 수가 확정됨에 따라 수도권이 국회의원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지역할당 상원제 등이 도입으로 이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조건적 규제 벗어난 '수도권-지방 공생'방식 필요
세수격차 해소위한 재정조정제도 도입 등 대책 절실"



-주제발표:격차의 새로운 양상과 통합적 균형발전
조명래 교수(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 조명래 교수
▲ 조명래 교수
▲수도권 집중과 국토공간의 선순환구조 와해=인구의 수도권 비중은 지난 2012년 49.2% 수준으로 50% 돌파를 목전에 둘 정도로 집중이 계속되고 있다. 기업체수, 생산, 고용, 부가가치 측면에서도 수도권 비중은 50% 선에서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한다.

새로운 격차를 유발하는 첨단선도 부문(산업과 인력), 고부가치산업, 고임금직종 등도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권력 뿐만 아니라 민간권력의 수도권 집중도 계속 강화돼 심각한 수준이다. 이 같은 이유에서 고차 소비·문화·교육 서비스 기회의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특권적 사회적 관계도 계속되고 있다.

비수도권에서 생산된 부가가치와 소득이 수도권으로 유출됨에 따라 비수도권의 수도권 의존(종속)이 심화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재생산되는 지역격차, 그로 인한 한국사회의 분열과 갈등 등으로 인한 문제를 불러오는 점은 균형발전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가 된다. 수도권-비수도권 격차는 국토 불균형의 대표적인 양상 가운데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역격차는 결코 줄지 않고 있다.

▲수도권-비수도권 간 협력발전의 방향=지금까지는 주로 '수도권의 개발과 성장'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하지만, 그 성과, 즉 지방의 상대적 발전기회 확충은 기대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그간의 정책은 일종의 제로섬(zero-sum)적 방식을 주로 활용했다. 앞으로는 '포지티브 섬(positive-sum)'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는 수도권과 지방 간의 공생협력을 의미한다.

수도권정비계획법상에서 허용되는 사안이라도 면적과 투자액 기준으로 일정규모 이상일 경우(예, 1만㎡, 100억 원 이상) 수도권 입지로 인한 지방의 투자 및 고용창출의 기회, 기존 활동 등에 끼치는 영향, 즉 '지방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또 수도권 3개 광역자치단체(서울, 인천, 경기도)가,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와 협약을 체결한 후, 투자, 유통, 교류 3대 부문의 상생협력 사업 직접 추진이 필요하다. 지역산업정책은 기업들의 투기적 토건개발만 부추겨 지역경제 전반의 재생산구조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어 왔다.

따라서 광역자치단체가 주도하더라도 실제 사업은 관만 아니라 대학간, 연구기관간, 공공기관간, 기업간 다차원의 공생협력을 포함시켜야 한다. 수도권 3개 광역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공동으로 '수도권-비수도권 상생협력기금'을 조성해 이 기금을 중심으로 '상생협력센터'를 두도록 해야 한다.

▲수도권-비수도권 간 협력적 발전 방안 =지방자치의 재활성화는 단순히 효율적인 지방 자치행정 제도의 활성화로 그쳐서는 안 된다. 헌법에 제시돼 있는 평등권을 지역권, 즉 국민들은 누구나 어디에 살던 차별을 받지 않고 살 권리로 재해석하고 이를 국가균형발전의 기본이념과 정책의 근거로 삼는 제도조치가 필요하다.

중앙에 의한 지방의 정치적 식민화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효과적으로 강구돼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권력작용의 변화를 수반하는 지방자치제의 활성화다. 이는, 중앙정부의 권한 일부를 위임하는 자치행정의 확대로서 아니라 권력을 중앙에서 지방으로, 국가영역에서 시민사회영역으로 넘겨주는 방식으로 지방자치가 확대돼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지방재원 확충과 병행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세수격차를 조정할 수 있는 재정조정제도 도입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를 줄이는 한 방법이다. 비수도권 지역의 발전 수준에 중앙정부 지원 및 관련 세제의 차등 적용제도를 도입하거나 비수도권 시도의 낙후도 및 국가발전 기여도 등을 평가해 차등배분하는 게 필요하다.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도시 시민과 지역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다중이해관계자 협동조합을 지역별 설립을 통해 수도권 소재 도시와 비수도권 농어촌 지역 간 상생도 빼놓을 수 없다. 동시에 이를 국가균형발전특별법과 연계해 지역균형발전사업으로 포함시켜 육성 지원하는 규정들이 담겨야 한다.

강제일·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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