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옥 교수 |
따라서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던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면 갑자기 아프거나 이해 못할 행동을 보이곤 한다. 우선 활동량이 늘어 신체적으로 무리가 되어 그럴 수도 있고, 갑자기 많은 아이들과의 접촉으로 인해서 새로운 균들에 노출이 돼 면역성이 없는 병에 걸릴 수도 있다. 또한 생활환경의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작용하여 심리적인 부담을 주기도 한다.
부모들이 평상시에 아이들의 상태를 잘 살피고 미리 미리 준비한다면 위와 같은 문제들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아이들의 이상증세는 아무리 하찮게 보여도 그 시기를 놓치면 치료나 교정이 어려워질 수도 있으므로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는 것이 좋다.
초등학교나 유치원의 취학을 앞두고 부모들이 점검해보고 주의해야 할 점들을 건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고경옥 교수의 도움말로 자세히 알아보자.
▲취학아이 건강 체크=학교는 집단생활을 하는 곳이므로 각종 유행성 감염 질병에 대하여 대비해야 한다. DTP(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와 소아마비는 아기 때 예방 접종을 했더라도 4~6세 때에는 항체가 떨어지므로 추가 접종을 해야 하며, MMR(홍역볼거리 풍진)은 생후 12~15개월에 1차 백신을 접종하고 4~6세에 2차 접종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결핵이 많기 때문에 BCG 반흔이 없는 경우에는 결핵 반응 검사를 시행하고 검사 결과가 음성이라면 BCG 접종을 시행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영아시기에 예방 접종을 완료하는 B형 간염과 수두에 대하여 접종 여부를 확인하고 면역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도움이 되며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A형 간염 예방 접종을 시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해 주는 것도 좋다.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되는 봄에는 밀폐된 실내에서의 생활이 많기 때문에 공기오염이 심하고 먼지 때문에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는 쉽게 호흡기 질환을 앓을 수 있다. 특히 '꽃가루병'은 감기 증세처럼 미열이 나고 콧물이 많이 흐르나 감기와는 달리 맑은 콧물이 흐르며, 눈을 비벼대는 증상도 동반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초등학교 때는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오는 시기다. 따라서 취학 전에 가까운 치과를 찾아 충치 여부와 함께 치아 발달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해보는 것이 좋다. 첫번째 영구치인 여섯번째 어금니는 치주 모형의 기본이 되므로 올바른 위치에 잘 보존되도록 해야 한다.
결국 빠져버릴 유치라고 충치가 생겨도 방치하는 경우에는 자녀들의 올바른 치아배열과 구강건강을 해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상한 유치는 새 영구치의 정상적인 성장을 방해하고, 아픈 충치쪽 어금니 대신 다른 쪽으로만 음식물을 씹게 되어 턱관절의 변형을 가져올 수 있어 나중에 발음이나 얼굴모습도 변할 수 있다. 따라서 유치에 충치가 생기면 조기에 보존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아이가 TV를 시청할 때 눈을 자주 찌푸리거나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 반드시 안과를 찾아 시력검사를 받아야 한다. 독서나 컴퓨터 게임 등으로 눈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 조절근이 피로해져 일시적인 근시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근시는 안과에서 조절마비굴절검사를 통해 정확히 진단할 수 있고 이때 측정한 도수로 안경을 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원시나 난시가 있는 아이는 정서불안 및 만성 두통으로 이어져 학습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고, 심한 경우 약시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으므로 조기에 시력교정을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취학 아이들의 심리적 불안=초등학교에 갓 입학하여 생활환경이 갑자기 바뀌면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불안과 부담감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것은 학교가 싫거나 무서워서라기 보다는 집을 떠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어렸을 때부터 유치원이나 학원 등에 다니는 아이들이 많아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여전히 전체 취학 아동의 5% 정도가 '분리불안증'을 호소한다.
이런 증상을 사전에 예방하려면 입학할 학교에 아이를 데려가 공부할 교실과 운동장을 함께 둘러보고 아이에게 학교에서 지켜야 할 규율과 규칙에 대해 미리 말해주면서 두려움을 덜어줘야 한다.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어할 때는 학교와 친해지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별한 정신과적 문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또래아이보다 듣기, 읽기, 쓰기, 셈하기 등에 어려움이 있으면 학습장애의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소아정신과나 언어치료 전문기관에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사전 학습정도에 따라서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정확한 평가는 전문의에게 상의해 보는 것이 좋다.
또 아이가 목에 무엇이 걸린 듯이 헛기침을 하거나, 코를 킁킁대고 훌쩍거리거나, 눈을 깜빡거리거나, 치아를 딱딱 부딪치면 '틱 증후군'일 가능성을 의심해 봐야 한다.
아이들의 취학을 앞두고 바른 식사 습관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교육을 시킬 필요가 있다.
건양대병원 고경옥 교수는 “요즘은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유치원에서도 점심에 급식을 하는 곳이 많다. 기본적인 식사예절은 아기 때부터 배워두어야 하는 필수적인 예절 중의 하나”라며 “미리 혼자서 먹는 연습을 시켜 학교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스스로 먹는 습관을 들이고 스스로 먹는 것이 즐거운 일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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