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예방 사전등록제 '사각지대'

지역 장애인·치매환자 등록 한자릿수 홍보 부족에 경찰서·지구대 직접방문 불편

# 지난 2일 대전 서구 모 지적장애인 생활시설에서 지내던 정모(33·정신지체 1급)씨가 길을 잃고 헤매다 대덕구 신탄진에서 발견된 일이 있었다. 당시 경찰은 의사표현 못 하는 정씨의 주거지를 찾으려 대전 장애인시설 수십 곳에 일일이 전화했고, 반나절 만에 정씨를 안전하게 인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보호자나 보호시설이 정씨를 경찰에 실종예방 사전등록을 했다면 24분 내에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어서 아쉬움을 남겼다.

대전과 충남경찰이 추진하는 실종예방 '사전등록제'에 장애인이나 치매질환자의 등록이 상당히 저조하다. 실종사고에 대비해 지문이나 사진을 경찰청에 사전등록하는 아동은 많으나, 실종에 취약한 지적장애인과 치매질환자는 제도권 밖에 있다.

사전등록제는 18세 미만 어린이나 치매환자, 장애인(정신ㆍ지적ㆍ자폐)의 지문과 얼굴사진, 신상정보를 경찰서나 지구대ㆍ파출소에 방문 등록하는 제도다. 주민등록증이 발급되지 않은 아동이나 의사소통이 어려운 이들이 실종됐을 때 보호자와 주거지를 정확하고 빠르게 확인하고자 지난해부터 전국 경찰청이 시행하고 있다.

경찰청이 집계한 결과 사전등록된 실종아동을 경찰이 발견해 보호자를 찾는데 평균 24분 소요됐고, 사전등록하지 실종 아동은 보호자 찾는데 사흘이 걸렸다. 또 18세 이상 지적ㆍ정신 장애인과 치매환자는 주민등록에 지문과 사진이 등록돼 있어도 이를 조회해 신상정보를 파악하는데 1주일이 소요됐다.

실종사고 발생 시 가족이 기다리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실종예방 사전등록제에 가입을 서두르고 있으나, 장애인이나 치매환자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지난 1월 말 기준 충남경찰청에 지문 등을 사전등록한 아동은 6만4000명으로 전체 대상의 15.5%가 등록했고, 대전경찰청에도 등록대상 아동 중 22%가 사전등록을 마쳤다.

반면, 장애인과 치매질환자의 사전등록률은 아동보다 크게 떨어진다.

충남경찰청에 사전등록한 장애인은 575명으로 전체 대상의 5.6%만이 등록했고, 치매질환자는 59명(0.5%)만이 지문 등을 등록했다. 마찬가지로 대전경찰청에 사전등록한 장애인은 전체의 11.5%이고, 치매질환자는 1.7%에 불과하다.

이는 장애인과 치매환자가 지문을 사전등록할 수 있는 대상임이 알려지지 않았고, 보호자나 보호시설이 이들과 동행해 경찰서·지구대를 방문해야 하는 등록절차상 불편함이 따르기 때문이다.

또 등록을 주관하는 경찰 역시 제도의 초점을 아동에게 맞춰 어린이집 등을 주로 방문할 뿐 장애인·치매 생활시설에서 방문해 등록을 유도하지 않았던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대전경찰 관계자는 “제도가 시행된 지 1년 6개월 동안 14세 미만의 아동의 사전등록은 대부분 진행된 것으로 파악돼 올해부터 아동과 함께 장애인과 치매환자 등록도 적극적으로 유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