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의화 독자문화부 부장 |
'지지 않는 꽃'을 주제로 이현세, 박재동, 신지수씨 등 19명의 국내 인기만화가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각자의 특색있는 만화로 표현해 세계인들의 심금을 울렸다. 폐장시간을 연장할 정도로 흥행몰이에 나서자 일본 보수 언론들은 '위안부 만화, 한국 선전에 물드는 유럽'이라며 딴지를 걸었다.
개막식 전날 주최측이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연행은 없었다'는 일본 작품을 철거하고 행사장에 내 건 '위안부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플래카드도 떼버리자 일본 정부는 불편한 심기를 넘어 일본어와 프랑스어로 된 '유감' 성명까지 냈다.
한국만화기획전이 정치성을 띠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주최측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실(위안부 강제 동원)을 알리는 것은 정치적인 것이 아니며 사실을 왜곡(위안부는 없었다)해 알리는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고 일축했다.
더욱이 일본 전시물을 철거한 이유에 대한 주최측의 답변은 압권이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부정(否定)을 금지하는 프랑스 국내법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프랑스(게소법 Gayssot Act, 1990년 제정), 독일을 비롯한 유럽 10여개국과 캐나다, 이스라엘은 '홀로코스트(대량학살)'를 부인하는 발언을 처벌하는 법이 있고 유럽연합(EU)은 6년간의 논의 끝에 지난 2007년 4월 19일 27개국 법무장관들이 룩셈부르크에 모여 반인도주의·반인권 범죄를 처벌하는 관련법 제정에 합의, 역사적 사실을 부정(否定)하면 '법'으로 다스리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은 점령지인 한국을 비롯해 중국, 필리핀 등지에서 약 20만 명의 여성들을 일본군 성노예로 강제 동원했던 역사적 사실에 대해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한 일본은 '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이 '강제로 동원된 위안부는 없었다' 는 표현의 자유는 피해자의 존엄성과 인권보다 앞설 수 없으며 공익(공동체 화합과 민주주의 유지)이 더욱 중요하게 존재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일부 국회의원들이 '반인륜 범죄 및 민주화운동을 부인하는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법률적 판단이나 사실(史實)로써 민주화 운동으로 확정된 '5·18'을 두고 북한의 지령을 받은 폭도들의 난동이며 희생자들의 관이 늘어서 있는 사진을 두고 “배달될 홍어들 포장 완료된거 보소!”, 죽은 아들의 관 옆에서 오열하는 어머니의 사진에 택배운송장을 합성해 “아이고 우리 아들 택배 왔다, 착불이요”라는 패륜이 온라인에 버젓이 돌아 다닌다.
관람객 1000만명을 넘어선 영화 '변호인'을 두고 일부는 '소설에 불과'하다며 고문과 간첩조작의 역사적 사실과 증언을 애써 외면하는 차원을 넘어 부인한다. '변호인'이 소설이면 지난해 개봉됐던 고 김근태씨의 생사를 넘나드는 고문을 기록한 '남영동 1985'영화는 공상과학소설(SF)정도 될 것이다.
안중근은 테러리스트요 위안부는 자발적으로 따라다닌 것이라는 일본의 '망언 시리즈'도 반인도적인 범죄이자 역사적 사실을 '소설'로 치부하는 행위와 닮았다.
이러한 국내·외의 도발에 대해 혹자는 기존의 법률로도 다스릴 수 있으며 특별법 제정등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높다고 말하지만 언론의 자유가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것과는 구별된다는 기본원칙을 기억해 봐야 한다.
프랑스는 1987년 극우 정치인 르펜이 “가스실은 2차대전 역사에서 극히 사소한 부분”이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120만프랑(20만달러)의 벌금형을 내렸다. 10년후 르펜은 독일에서 열린 한 출판기념회에서 “1000여 페이지의 2차대전에 관한 책에서 가스실은 15줄 정도 된다”는 망언으로 투옥과 함께 법원 판결문의 12개 신문 게재비용 20만프랑(5만달러)을 부담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이후 다시는 '망언'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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