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차 고장에 10분 늦은 학생, 무단지각 처리는 부당

법원 “학교, 재량권 벗어나”

통학차량 고장으로 등교시간보다 10분 늦어 도착한 학생에게 학교가 '무단 지각' 처리를 했다가 법원으로부터 제지를 당했다.

대전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김미리)는 대전 유성구의 모 고교 학생인 A(18)양이 학교장을 상대로 제기한 학적부 기재변경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A 양 등 14명의 학생은 2013년 5월 28일 오전 7시40분경 등교용 승합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승합차의 고장으로 인해 다른 승합차를 이용하는 바람에 등교시각(오전 8시)보다 10분 정도 늦게 등교했다. 학교 측은 이들의 지각사유에 대해 학교생활기록부 출결상황란에 '무단 지각'으로 기재, 처리했다.

이에 A 양은 20여일 뒤 학교장에게 '무단 지각'을 '기타 지각'으로 시정해달라고 신청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교육부 훈령)을 근거로 '기타 결석'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그러나 A 양은 “승합차의 갑작스런 고장으로 야기된 것으로, 고의로 인한 무단 지각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학교 측은 “승합차 고장으로 늦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곧바로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했더라면 제 시각에 올 수 있었음에도 다른 승합차를 기다리는 바람에 발생한 것으로, 합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맞섰다.

법원은 A 양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우선, 결석(지각)의 경우 '합당하지 않은 사유나 고의로 결석한 경우(태만, 가출, 고의적 출석 거부, 범법행위로 관련기관 연행ㆍ도피 등)'은 무단결석으로, '부모ㆍ가족 봉양, 가사 조력, 간병 등 개인 사정에 의한 결석임을 학교장이 인정하는 경우'에는 기타 결석으로 처리하도록 정한 초중등교육법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우연한 고장으로 10분 정도 지각한 경우를 합당하지 않은 사유나 고의로 지각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 책임을 원고에게 물어 무단 지각으로 처리한 건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나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