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이글스 김응용 감독이 최근 '공자'와 '군자'를 잇따라 거론하고 있어 그 배경에 야구 팬은 물론, 구단과 선수들 사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국 신생 구단 NC다이노스에게도 밀려 사상 최초의 9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던 김 감독이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지난해의 치욕을 털어내고,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전설이라는 자신의 명예를 되찾겠다는 의지가 투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 감독은 이번 전지 훈련 기간에 총 10권의 책을 들고 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이 중 5권이 '공자의 지혜' 등 공자와 관련된 책이다. 김 감독은 “휴게소에서 50% 세일하기에 샀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휴식일에는 허리가 아플 정도로 숙소에서 책, 특히 공자 책을 많이 본다”고 공자에 대한 자신의 관심도를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군자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아니면 소인배다”라며 “과거는 어려웠지만, 군자는 과거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이런 언급은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해 한화의 부진에 대한 질문을 사전에 막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보다 김 감독이 더 크게 노린 것은 선수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라는 해석이다.
평소 과묵한 김 감독이지만, 선수들에게 치열한 주전 경쟁을 시키면서 “과거는 묻지 않겠다. 지금부터 너의 기량을, 존재를 보여달라”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감기로 훈련에 차질을 빚었던 선수단에게 지난주 그가 “(앞으로) 한 명이라도 더 감기에 걸려서 아파서 빠진 선수가 생기면 (전지훈련에서) 철수하겠다”고 한 것은 이같은 김 감독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FA 최대어 정근우·이용규에 대한 언급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김 감독은 “내·외야 수비의 강화는 물론 확실한 테이블세터 구축도 가능해졌다”고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예외는 없다.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과거는 무효다.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역 야구계 한 인사는 “올 시즌은 테이블세터 구축, 강타자들의 활약에 대한 기대 등 지난해보다 여건이 좋은 만큼 김 감독과 선수단에겐 지난해의 설욕을 할 좋은 찬스일 수 있다”며 “김 감독은 마운드와 포수 등 아직 풀어야 할 문제가 있지만 올해는 분명히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좋아져야 한다는 심정, 의지를 내비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본 오키나와=최두선 기자 cds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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