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살인 피해자' 보호 소홀한 경찰 징계 정당

법원, 감봉처분 취소 소송 기각

2012년 떠들썩했던 대전 서구 용문동 '장애인 보복살인' 사건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음에도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은 수사책임자 징계는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전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김미리)는 현직 경찰관(경위) A(54)씨가 대전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감봉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17일 밝혔다.

장애인 보복살인은 수감 중인 성모(63)씨가 1999년 폭행 사건 당시 뇌병변 1급 여성 장애인이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는 이유로 만기 출소 후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여성 장애인을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다. 당시 장애인단체 등에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사회적 파문이 일기도 했다.

당시 성씨와 거리에서 마주쳤던 여성장애인은 불안을 느껴 경찰에 신고했고, A씨가 팀장인 대전 둔산경찰서 강력 8팀이 담당했지만, 3개월 후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사건 마무리 후 대전경찰청은 2013년 2월 업무 태만과 복종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A씨에 대해 감봉 2개월 처분을 내렸다.

수사팀장인 A씨가 팀원 경찰들로부터 협박 경위와 내용, 피해자 상태 등 보복범죄가 예견되는 상황을 보고받았음에도, 안이하게 판단해 피해자 보호조치를 소홀히 하고 검거 현장에도 나가보지 않았으며 관련 내용을 지휘계통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불복해 2013년 3월 소청심사를 청구해 같은 해 7월 감봉 1개월로 줄었지만, 또다시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A씨 측은 “근무를 해태하거나 보고의무를 소홀히 하는 등으로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적이 없고,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모범적으로 경찰직을 수행해 온 사정 등을 종합하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피해자가 받은 협박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가해자의 전과나 성행에 비춰 보복범죄가 발생할 위험이 상당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가 경찰서를 방문해 수사의뢰를 했고, 부하직원들이 가해자 검거에 실패했음에도, 피해자 신변 보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강력팀장임에도 가해자 검거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고, 상황을 형사계장과 형사과장에게 보고하지 않아 상관들은 이 사건 범행 발생 전까지 단순 협박 사건으로 파악하고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가혹한 처분이라고 비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