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제일·교육체육부 차장 |
하지만, 협상에서 '주고받기'는 양측의 힘의 균형이 어느 정도 유지될 때 가능하다. 한쪽이 뚜렷하게 힘이 달릴 때 협상에서 상대에 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거꾸로 해석하면 이런 경우 약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과 다름없다.
반대로 '약체'를 만난 강자에게 협상의 과정은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매년 초 열리는 각 대학 등록금심의위원회가 그렇다. 등심위는 학교 측과 학생 대표가 만나 등록금 인상 인하 여부를 결정하는 공식 기구다. 하지만, 이 협상 테이블에서는 강자와 약자가 뚜렷하게 갈린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등심위 학생 위원은 전체의 10분의 3 이상 위촉하게 돼 있다. 이는 허울 좋은 명분일 뿐 현실에서는 등록금 인하를 원하는 학생 위원이 동결 또는 인상해보려는 학교 측 위원 숫자를 넘지 않는다.
실제 대전 모 사립대 등심위 규정에는 등심위 10명 중 학생 위원 3명, 학교 위원 5명, 외부전문가와 동문대표 각 1명씩이다. 더욱 큰 문제는 모든 위촉권을 학교가 쥐고 있다는 점이다. 등록금 심의에 앞서 학교 측 입맛대로 사전 조율이 가능한 대목이다. 애초 힘의 균형이 맞지 않는 협상 테이블이다 보니 심의 과정에서도 약자인 학생 목소리는 거의 반영될 수 없다.
지역 내 대부분 대학이 등록금을 동결했고 그나마 내린 곳도 고작 1%도 안 되는 소폭 인하에 그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대로라면 등록금심위원회 명칭을 차라리 등록금통보위원회로 바꿔야 할 듯싶다.
대학 경영 환경이 어려워 등록금 대폭 인하가 불가능하다는 대학 사정을 간과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힘의 균형이 맞는 협상 테이블에서 얻어낸 결과라야 더욱 떳떳하지 않을까 싶다. 이것이 페어플레이 아닌가.
지난해 말 국회 일각에서 학생과 학교 등심위원 숫자를 동수로 하고 일부 위촉권을 학생 측에 주자는 법률안이 발의된 바 있다. 나아가 외부전문가나 동문대표도 양측이 동수로 위촉하는 방안도 시행되면 어떨까. 등심위가 등통위가 되지 않기 위해서다.
강제일·교육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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