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대 보험금·가스 폭발… 부인 살해 혐의 30대 무죄

  • 사회/교육
  • 법원/검찰

10억대 보험금·가스 폭발… 부인 살해 혐의 30대 무죄

법원 “범죄정황 인정하지만 합리적 증명 어려워”… 檢 영장 3회 기각

  • 승인 2014-02-13 18:03
  • 신문게재 2014-02-14 5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계획적인 방화로 부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남편이 결국 무죄를 받았다. 단순 화재에서 살인사건으로 확대돼 검찰이 세 차례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모두 기각된 사건으로 관심이 쏠렸지만 또다시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이종림)는 13일 살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고모(34)씨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당초 단순 화재로 결론났었다.

2008년 3월 고씨의 부인 A(27)씨는 주방에서 (휴대용)가스레인지를 사용하던 도중 가스 폭발사고로 사망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를 토대로 단순 화재로 종결했었다.

하지만, A씨의 아버지가 딸 부부가 자녀도 없이 고액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점을 들어 재조사를 요구하며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경찰은 2년만에 재수사에 들어갔다. 재수사 과정에서 국과수에 재감식을 의뢰했고, 국과수는 가스버너의 밸브가 누군가에 의해 고의로 제거된 것으로 추정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를 근거로 경찰은 고씨를 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이례적으로 세 차례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모두 기각했다. 검찰은 2012년 7월 불구속 상태로 고씨를 기소하면서 공소내용을 이렇게 썼다.

고씨는 2008년 3월 집 주방에서 싱크대 상단서랍을 열고 가스레인지에 연결된 가스호스를 분리해 하단서랍에 놓아둔 후, 상단서랍과 하단서랍을 닫았다. 그런 후 도시가스배관의 중간밸브를 2분의 1쯤 열어 가스가 싱크대 하단서랍을 통해 새어 올라오게 하는 방법으로 가스를 유출시켰다. 가스레인지 옆에는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올려놓고 가스가 유출되는 것을 모르는 부인이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사용하는 도중 가스 폭발사고가 나게 해 부인을 살해했다는 것이다.

사건 발생에 앞선 2007년 5월과 12월 고씨는 부인이 재해로 사망 시 자신이 3억원과 7억원 등 모두 10억원을 받을 수 있는 보험에 가입했었다. 그러나 고씨는 범행을 전면 부인하며 3명의 변호사에게 맡겼다.

재판부는 고씨의 범죄 정황을 인정하면서도 무죄 판단을 내렸다.

우선, 화재 전 가스호스가 분리됐고 인위적 혹은 의도적으로 분리했다는 전문가들의 감정 결과는 받아들였지만, 중요한 증거인 가스누출 시간에 대한 2차례의 시뮬레이션이 실제 사고 현장과 동일하다고 보기도 어려워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게 이유다.

또 검찰 주장과 달리, 화재 발생 당시 욕실에서 반신욕을 하다가 갑자기 정전이 돼 나와 피신했다는 고씨의 주장도 인정했다. 실제 사고 현장 조사 당시, 욕실에 반신욕 준비도구가 있었고 화재 후 고씨가 현관 앞 엘리베이터에 주저앉아 있었다는 주민의 진술이 있지만, 화재 발생 후 고씨가 집에 들어가 욕실 내부를 조작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보험과 관련해서도, 갑상선암에 걸린 피해자의 어머니인 피고의 장모가 권유해 보험에 가입했다고 볼 수 있어 보험가입이 부자연스럽다고만 보기 어려운데다, 보험 전체 보상금 중 사망보상금은 6000만원이고 나머지는 모두 암 발생 보상금이라는 점을 들어 고씨가 보험금을 노리고 살해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이종림 재판장은 “고씨의 범죄 정황은 인정하지만, 여러 간접적인 증거를 감안하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범죄 증명이 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wjdehyun@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