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규찬 교수 |
정확한 원인을 모른 채 혈변과 설사, 복통 등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이러한 염증성장질환은 장내·외의 여러 합병증을 동반해 사망까지 이르게 한다. 염증성장질환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대처할지 건양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허규찬 교수의 도움말로 자세히 알아보자.
▲염증성장질환이란?=장에 발생할 수 있는 염증성 질환 중 제일 빈도가 높은 질환은 결핵성장염, 베체트병, 각종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등에 의한 감염성장염 이다. 반면 염증성장질환은 분명한 원인이 없이 발생했을 경우를 말한다.
아직까지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 모두 원인이 확실하지 않으며 유전적, 면역학적 요인이 발생에 관여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두 질환 모두 만성적으로 재발과 악화를 반복하는 질환으로 원인과 병태생리가 규명되지 않은 상태이어서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다.
따라서 만성 염증성장질환의 치료는 영양부족 상태의 개선, 염증의 조절, 증상(복통, 혈변, 설사 등)의 완화를 목표로 치료하게 된다.
▲크론병=1932년 크론이라는 의사가 소장에서 보통의 염증과는 다르게 잘 낫지 않는 염증성 질환을 처음 보고했다.
그 후 이 병과 비슷한 염증을 일으키는 환자가 자주 나타나자 이 병을 처음 발표했던 의사의 이름을 따서 크론병이라 불리게 되었다. 크론병은 구강에서 항문까지 위장관의 어느 부위도 침범할 수 있는 국한성, 비대칭성, 장관 전층을 침범하는 염증 질환이다. 주로 소장과 대장에 염증을 일으키므로 무기질, 전해질, 비타민 등의 영양소를 잘 흡수하지 못하게 된다.
크론병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설사, 복통 그리고 체중 감소이다. 첫 임상증상이 급성인 경우는 드물며, 수개월 또는 수년에 걸쳐 복통과 반복되는 설사를 할 때는 한번쯤 크론병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때로는 오른쪽 아랫배 통증, 고열 그리고 만져지는 덩어리 등을 첫 증상으로 해 급성 충수염(맹장염)과 혼동하는 경우도 있다.
▲염증성장질환의 진단 및 치료=만성 염증성장질환은 특정 검사나 소견으로 진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임상증상, 임상경과, 대장내시경 검사, 방사선 검사, 조직 검사 등을 시행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유사한 임상 양상을 나타내는 질환들과 감별하는 과정을 거쳐 진단하게 된다.
만성염증성장질환의 치료는 영양부족 상태의 개선, 염증의 조절, 증상의 완화를 목표로 한다. 크론병은 궤양성 대장염에 비해 치료에 어려운 문제들이 많다. 장관 어느 곳에서나 발생하고 임상증상도 다양하며 농양, 누공, 협착 등의 합병증도 흔하다.
허규찬 교수는 “내과적 치료는 두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첫째는 염증이 활동성일 때 증상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치료이고, 또 하나는 증상개선 이후 유지하기 위한 치료”라며 “약물치료를 기본으로 하며, 환자의 상태 및 질환의 진행 정도에 따라 부신피질호르몬(스테로이드제)나 면역억제제 등의 사용으로 효과를 나타낸다.
이 외에 지사제, 진경제, 진통제 등의 약물은 질병의 정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환자의 증상을 감소시킬 수 있지만 모든 환자에서 다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의사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궤양성대장염에서의 수술적 치료는 약물의 내과적 치료에도 증상의 호전이 없는 경우다. 독성 거대결장에서 장천공이 발생했거나, 출혈이 계속되는 경우, 장폐색이나 대장암이 발병했을 때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직장대장절제술 및 회장조루술(인공항문)이 외과적 치료의 표준이 되어 왔으나, 최근 회장항문문합술로 소장을 원래의 항문에 연결함으로써 환자의 사회 활동에 향상을 가져온다.
크론병에서 수술의 목표는 궤양성 대장염과 달리 수술로 완치는 생각할 수 없고 단지 합병증의 교정에 목적이 있다.
만성염증성장질환 환자들은 장기간의 투병과, 잦은 병원입원, 경제적 문제, 불확실한 장래에 직면하여 어려운 길을 걸어가게 된다. 환자와 가족 모두 오랜 투병기간으로 인해 지쳐 근거가 불확실한 대체요법이나 전통요법을 하다가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건양대병원 허규찬 교수는 “환자들에게 확실한 교육과 믿음이 필요하다. 의사와 환자, 보호자가 서로 뜻을 함께 하며 섬세한 보살핌과 이해가 필요하며, 함께 노력하는 자세로 치료에 동참해야 한다”며 “환자 자신도 자신의 상태와 병에 대하여 잘 이해하는 의사와 지속적인 관계를 갖고 진료와 상담을 받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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