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문화 가정 학생들이 미술 수업을 받고 있다. |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가 되면 얼굴도 국적도 다른 다문화 가정 학생들이 Rㆍschool에 모여든다. 남들에겐 조그마한 수업에 불과하지만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겐 꿈의 실현이었다. 피부색 등 외모가 다른 데서 오는 '집단 따돌림'이나 새로운 환경에서의 '문화 부적응'을 겪어 왔기 때문이다.
대전의 다문화 가정 학생수는 초등학생 821명, 중학생 206명, 고교생 119명 등 모두 1146명이며, 충남의 경우 2011년 2607명, 2012년 3041명, 2013년 3586명, 현재 3614명으로 해가 갈수록 느는 추세다. 그 만큼 부적응 학생수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8일 중구 한 교회에서 이뤄진 Rㆍschool 수업. 피부색이 다른 아이들이 모였지만 어수선하고 활기찬 분위기는 여느 학교 수업과 다를 바 없었고, 어린아이들은 신기한 듯 이곳저곳 뛰어다니기 바빴다. 수업이 시작하자 친구들 틈에서 한 학생은 한 단어 한 단어 또박또박 말하는 표정이 진지해졌다. 그러고는 뭐가 쑥스러운지 이내 얼굴을 붉히며 웃어버린다. 눈썹 선에 맞춰 가지런히 자른 앞머리가 미소를 따라 찰랑거렸다.
수줍음 많고 잘 웃는 게 여느 한국 초등학생과 다를 바 없었다. 가족에 대한 재인식을 위해 진행된 '가속모빌'수업에서는 “가족이 싫어요”라며 가족에 대한 깊은 상처를 담아낸 K(9) 학생도 있었다.
가족을 그림으로 담아 모빌을 만드는 프로그램에서 이 학생은 결국 가족을 그리지 않았다. 가족에 대한 아픔,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가족 모빌을 통해 고스란히 나타낸 것이다.
단지, 해, 달, 꽃으로 가족을 대신해 표현해 냈다. 정은진 한예술치료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가족모빌을 통해 가족을 재인식하고 균형을 맞춤으로서 아이들의 심리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며 “아이들이 낯선 환경에 예민한데 서로 도와 가면서 적응하고 치유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여느 학생들과 달리 퉁명스럽고 눈도 잘 못 마주치고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는 학생을 비롯해 낯선 환경에다 불안한 마음에 고사리손으로 계속 눈물을 훔친 한 학생도 있었다.
그런 눈물을 닦아준 건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이었다. 피부색은 다르지만 따뜻한 손들이 모여 화장지로 얼굴을 닦아주고 물을 갖다줬다.
자녀와 함께 수업을 찾은 몽골 출신 김진주(36)씨는 “자녀가 적응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는데 이제 친구들과 대화가 서툴지 않고 거부감도 없는 것 같다“며 “주위의 다문화 가정을 보통 가정으로 인정해 주길 원하는 게 작은 바람”이라고 웃어 보였다.
이처럼 Rㆍschool을 찾은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은 수업을 통해 그간 겪었던 맘고생을 털어놓는 듯했다.
다문화 가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Rㆍschool은 상담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에게 자존감을 심어주기 위해 한국어, 수학, 미술, 음악 수업을 비롯해 현장 견학, 개별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자원봉사자 50여 명이 뜻을 함께하고 있다.
개교 한 지 4개월 여밖에 안 됐지만, 이미 입소문을 타고 이주민들이 속속 찾아들고 있다.
Rㆍschool 관계자는 “다문화 가정 학생들이 미래 '거리의 아이들'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마음이 닫혀 있는 학생들이 트라우마를 깨고 주눅이 들지 않도록 자존감을 키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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