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대 나랏돈 받는 기업대표, 28억 횡령·배임에도 집유 왜?

대덕특구내 업체대표, 뇌물공여·유령회사까지… 법원 “고령·피해액 회복 등 참작”

국가보조금을 받아온 대덕특구 기업의 실질적인 경영주가 28억원이 넘는 횡령과 배임 혐의에도 불구,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안병욱)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횡령, 배임) 위반과 뇌물공여,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기소된 A 사의 전 대표인 B(66)씨에 대해 징역 3년과 집행유예 4년, 추징금 2억원을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함께 기소된 A사의 전 임원 C(57)씨는 징역 1년6월과 집행유예 2년, D(47)씨는 징역 2년과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B씨는 방산업체인 A 사의 최대주주로, 2002년부터 회장으로 활동하다가 2006년부터 대표이사로 근무했고 2013년 11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A 사는 2006년부터 연구개발사업 명목으로 여러 정부부처로부터 93억9500여만원 국고보조금을 받아 왔다.

우선 회삿돈을 빼돌렸다.

B씨는 C씨, D씨와 함께 A 사의 거래업체에 거래대금 명목으로 대금을 지급했다가 돌려받거나 임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처럼 꾸며 2002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회사 자금 12억59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돈으로 거래업체 담당자에 대한 뇌물, 접대비나 부동산과 차명주식 매입 등으로 사용한 혐의다.

또 D씨와 공모해 2008년과 2011년 260억원 상당의 방위사업청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담당자에게 모두 4000만원을 건넸다.

2011년에는 해양경찰학교 관련 사업을 수주한 모 산업으로부터 일부 사업에 대해 하도급을 주기로 하고 174억원 상당의 사업을 따낸 후 하도급업체로부터 하도급 금액을 올려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2억원을 받아냈다. 또 모 산업으로부터 기성금 41억2500만원을 받은 후 이 중 13억8000여만원을 보관하다가, 하도급 업체에 기성금으로 지급한 것처럼 꾸민 후 자신의 동생과 부인 명의 계좌들로 돌려받아 빼돌리기도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B씨는 2012년 지인 명의를 빌려 속칭,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실제로는 A 사가 거래업체에 납품했음에도 페이퍼컴퍼니가 납품한 것처럼 꾸며 거래업체 대금을 페이퍼컴퍼니가 받는 수법으로 4개 업체로부터 모두 7억16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도 기소됐다.

B씨에 대해, 재판부는 “지위를 이용해 범행들을 저지른 점, 횡령 및 배임으로 인한 피해액이 28억원을 넘는 점, 뇌물로 공무원의 직무 공정성을 침해한 점 등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다만, 고령인데다, 피해액이 상당 부분 회복됐고, 공무원이 뇌물을 적극 요구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A 사 관계자는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지금은 당사자들이 모두 경영에서 손을 떼거나 떠나면서 새롭게 출발한 상태”라며 “방산업체로서, 방위사업청 사업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개발사업에도 아무 문제 없이 참여해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wjdeh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