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연이다. 충남에 사는 여성 A(36)씨는 2012년 2월 법원에 개명 신청을 했다. 이름을 바꾸는 건 A씨가 어릴 적 때부터 이루고 싶었던 소원 중의 하나일 정도였다. 바람대로 법원은 개명을 허가했고, A씨는 자매들의 돌림자와 같은 음의 이름을 얻게 됐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만났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시부모를 비롯한 시댁이 노발대발하고 나선 것이다. 사전에 아무런 논의 없이 개명한데다, 바꾼 이름이 하필 조카와 같았기 때문이다. 남편과의 갈등까지 깊어지면서 A씨는 개명 후 1년 동안 새 이름을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게 됐다.
결국, 지난해 3월 A씨는 대전지법 서산지원에 또다시 개명을 신청했다. 종전의 이름으로 다시 바꿔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한 달 만에 이를 기각했다.
특별한 이유 없이 개명신청이 만연해지고 있는 현실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다. 다시 말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기각 후에도 남편과 시댁과의 갈등이 계속되자, A씨는 항고를 택했다.
대전가정법원 항고부(재판장 한소영)는 A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제1심 결정을 취소하고 기존 이름으로의 개명을 허가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개명허가는 엄격한 기준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지만, 허가할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고 채무면탈 등 불순할 의도가 개입되는 등 개명신청권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허가함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명 후 남편, 시댁과의 갈등이 계속돼 바꾼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청인이 자신의 숙원을 거두면서까지 시댁과의 갈등을 해소하고자 개명 신청에 이른 사실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고춘순 가정법원 공보판사는 “일반적으로는 허용될 수 없지만, 특별한 사정이 있어 예외적으로 허가한 사안”이라며 “개명 전에는 자신은 물론 가족이나 친족 등의 의견도 살펴 심사숙고한 후 신청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wjde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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